[OSEN=토요타시(일본), 강희수 기자] ‘산 아래’ 마을 토요타시 시모야마(下山)의 아침은 이름 그대로 고즈넉했다. 경기도 양평의 중미산길을 연상시키는 오솔길을 굽이굽이 타고 오르다 보면 해발 300미터 남짓한 산등성이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이른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현대식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변의 산세를 굳이 이기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산세에 눌리기도 싫은 모습으로 담담히 앉았다.
이 곳은 토요타 자동차 ‘고성능 기술’의 산실,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Toyota Technical Center Shimoyama)’다.
산 아래 마을의 평화는 딱 아침나절까지였다. 5.3km 트랙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굉음이 산간을 휘감는다. 이 곳 테크니컬 센터에는 3개의 주행 테스트 코스를 포함한 12개의 테스트 코스가 있데, 그 중 ‘컨트리 로드’라는 이름이 붙은 5.3km 테스트 코스를 기자가 동승한 차량이 누비며 내는 소리였다.
[사진]OSEN DB.
‘컨트리 로드’는 세계 최고의 난코스인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벤치마킹해 설계됐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이 고저차다. 고저차가 큰 편인 우리나라의 인제 스피디움이 40미터인데, ‘컨트리 로드’의 고저차는 75미터에 이른다. 트랙의 총길이와 고저차를 고려하면 컨트리 로드는 뉘르부르크링을 약 4분의 1로 축소한 구조물이 된다.
컨트리 로드에는 ‘점핑 코스’도 있는데, 이 구간을 고속으로 지날 때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 같은 낙하 충격이 엄습한다.
[사진]OSEN DB.
이런 코스를 토요타 그룹의 고성능 모델 ‘GR 코롤라’와 ‘GR 야리스’를 타고 돌았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 코스와 드리프트를 연상시키는 급격한 와인딩 코너가 혼재된 서킷이라 시모야마 테크니컬 센터에 소속된 전문 드라이버들이 운전을 하고 기자들은 옆자리에 앉았다.
차와 드라이버 모두가 무애(無碍)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었다. 한계를 버티는 차도 놀랍지만 차를 그토록 한계점까지 몰아붙이는 드라이버에게 또 한 번 놀란다.
[사진]OSEN DB.
2022년에 출시된 ‘GR 코롤라’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코롤라를 되찾고 싶다”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강한 열망이 녹아든 차다.
전장 4410mm의 5인승 해치백으로 GR-FOUR 4WD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뒷바퀴에서 드리프트 마찰음을 내면서도 코너링을 정확하게 완수하는 원동력이 GR-FOUR 4WD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엔진은 1.6리터 직렬 3기통 터보차저 인터쿨러를 쓰지만 출력은 최대 304마력(6500rpm)까지 끌어올린다. 최대토크는 3250~4600rpm에서 40.8kg.m을 낸다.
GR 야리스.
글로벌 모터스포츠계에 충격을 던진 ‘GR 야리스’는 더 물건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GR 야리스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자동차 개발 철학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얻은 주행 데이터 분석, 스티어링 감각 점검, 파손 부품 등을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추적하며 지속적으로 GR 야리스를 다듬어 왔고, 그 결과 괴물 같은 존재의 최신판을 탄생시켰다.
GR 야리스는 1.6리터 직렬 3기통 터보 엔진과 4륜 구동 시스템 조합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8단 가주 레이싱 다이렉트 오토매틱 트랜스미션(GAZOO Racing Direct Automatic Transmission, DAT)을 접목했다. 이 선택은 GR 야리스를 한결 자유롭게 했다. 다양한 운전자들이 스포티한 주행과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파워트레인은 GR 코롤라와 같지만 불과하고 4인승 2도어에 공차중량이 1280kg(GR 코롤라는 1500kg)에 불과해 모터스포츠에 최적화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GR 코롤라’와 ‘GR 야리스’가 뛰어난 명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명마는 처음부터 명마로 탄생하는 게 아니다. 뛰어난 조련사가 있어야 야생마가 명마가 된다.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Toyota Technical Center Shimoyama)’에는 야생마보다 더 무서운 조련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