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가 발표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에 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급 과잉 품목에 대한 설비 조정과 통상 문제 대응, 고부가·저탄소제품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등 그동안 철강 업계가 요구해온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쏠린 건 설비 규모 조정이다. 정부는 제품 종류·수입재 침투율·시장 자율 조정 가능성·경쟁력 등의 기준을 갖고 ‘철강 설비 규모 조정 3대 원칙’을 도출했다. 중점 조정 대상은 ‘철근’이다. 내수 위주인 철근 시장은 정부 대책 없이는 기업들이 생산량 감축 등에 나서기 어렵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국내 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철근 품질은 차별화가 어려워, 건설 경기 침체시엔 설비에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들도 철근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근 수요는 798만톤(t)으로 2022년 1057만t, 2023년 995만t에서 꾸준히 줄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철근 생산 능력이 1200만~1300만t 정도 되는데, 수요가 600만~700만t까지 떨어진다면 생산을 중단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근 생산 1·2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철근공장을 셧다운하고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장치산업 특성상 중견·중소업체들도 설비를 멈추면 손해가 나니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빈번했다”며 “정부가 철근을 콕 찍었으니, 이 기업들의 퇴로를 어떻게 열어줄지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설비 조정에 더해 철근 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현재 철근 시장은 KS 규격을 맞추면 돼 허들이 낮은 상황”이라며 “철근은 국민의 안전에 직결한 시설에 쓰이는 만큼 철근 규격 조건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산업 고도화를 이끌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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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전환 지원 환영…'통상문제' 시급
이날 발표 방안의 다른 축인 저탄소 공정 전환 지원이나 통상 대응과 관련한 방안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로(高爐)를 보유한 이들 회사가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 영향에 직접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산 열연강판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정부에 꾸준히 요청해오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가성비 싸움에 승산이 없다면, 미래 시장이 열릴 곳에 투자해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기업 관계자는 “저탄소 공정 전환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설비를 개발하고 바꾸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81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지원 규모는 아쉽다”라고 말했다.
통상 대응책이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50% 관세나 EU의 저율관세할당(TRQ) 전환 예고 등 통상 리스크에 협의하겠다는 내용과 수출·금융 지원 등이 담겼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상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업계 상황 개선은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한 철강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자동차·반도체에 밀려 목소리를 못 냈지만, 지금부터라도 철강 관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