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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칩은 미국만" 선언하더니… 트럼프, 하루만에 변심

중앙일보

2025.11.04 01:28 2025.11.0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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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은 미국 외 누구도 가질 수 없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선언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엔비디아 첨단 칩 6만 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허가를 받은 사실이 발표됐다. 첨단 AI 반도체를 나만의 무기로 삼고 싶고 자국 기업의 돈 벌 기회도 챙기고 싶은, 트럼프 정부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해국제공항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한 ‘60분’을 방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최첨단 칩을 판매하는 걸 허용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이 엔비디아와 협상하도록 하겠으나, 최첨단 칩에 대해서는 예외”라면서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엔비디아는 전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사양 낮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에 수출했으나 이번 정부 들어 막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로비로 수출 허가를 다시 받았는데,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 AI 칩 사용을 막아섰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말고는 안 된다’는 폭탄선언을 한 거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 칩 수입 허용을 다루려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은 젠슨 황 CEO의 요청을 들어주려 했으나,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측근의 반대로 접었다고 한다. 황 CEO가 대통령의 ‘절친’이 되어도 행정부 내에는 중국과 반도체 거래에 대해 여전히 ‘매파’가 우세하다는 거다.


그런데 3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공식 블로그에 “미국 상무부로부터 GB300 포함 GPU 6만400장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GB300은 블랙웰 기반의 최신·최첨단 GPU다. MS는 “우리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올해 처음으로 UAE에 GPU 수출 허가를 받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MS는 지난 2023년 ‘2029년까지 UAE에 총 152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을 밝힌 뒤 진행 중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중동 수출 확대 기대로 2.17% 상승했다.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최첨단 칩’의 의미는 모호하다. 최신 설계 구조인 ‘블랙웰’ 적용 칩에는 AI 가속기부터 그래픽카드까지 제품군이 다양하고, 종종 칩 재설계도 이뤄져서다. 최고·최신 GPU는 이미 메타·구글·MS 등 미국 기업이 가장 먼저 가져가고 있다. 한국이 이번에 확보한 ‘블랙웰 GPU 26만 장’에도 이 제품군이 고루 포함돼 있고, 각 비율은 미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외에 첨단 GPU를 안 판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계 전문 회사인 엔비디아는 메모리는 한국, 제조는 대만, 소재·장비는 일본·유럽과 긴밀히 손잡고 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5.48%, 5.58% 하락해 58만6000원과 10만4900원에 마감했다. 전날 10.91%, 3.35% 급등 후 차익 실현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SK하이닉스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4일부터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다.



심서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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