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2022년 10월 저점 이후 상승세다. S&P500은 이 기간 거듭 최고치를 경신했고, 10% 이상 조정은 두 번뿐이었다. 2025년 4월의 관세 충격 역시 일시적 조정으로 그쳤다.
주가가 높은 데다 일부 기술적 지표에서 과열 신호가 감지되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은 견조하다. GDP는 2026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며,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고용 시장도 안정적이다. 내년까지 기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초대형 기술주, 이른바 ‘메가캡(mega-cap)’이 있다. 시장 상승이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지만, 이는 시장 왜곡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자연스러운 진화다. AI·클라우드·반도체 등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네트워크 효과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메가캡은 하락기에는 방어력을, 상승기에는 시장을 주도하는 탄력을 보여왔다.
버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1990년대 닷컴 붐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시 다수 기업은 수익성이 취약했지만, 오늘의 AI 선도기업들은 확실한 현금 흐름과 산업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개별 제품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통제하며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유지한다.
역사적 사례는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1994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가 기술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3년간 S&P500은 80% 상승했고, 2000년 고점까지 총 248% 올랐다. 지금의 챗GPT는 그때 넷스케이프와 비슷하다. 등장한 지 채 3년이 안 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2000년 버블의 정점이 아니라 1997년 상승장의 중간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이 붕괴한 적은 거의 없다. 진정한 하락장은 항상 외부 충격에서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2022년의 급격한 통화 긴축이 대표적이다. 단기 조정은 상승세의 끝이 아니라 숨 고르기다.
기회는 메가캡에만 있지 않다. 러셀2000 지수로 대표되는 중소형주는 장기적으로 S&P500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다. 산업재와 제조업은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복귀)과 세제 혜택의 수혜가 기대된다. 다만 종목 간 격차가 크므로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치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예상된 위험 대부분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지나친 경계심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견조한 실적, 안정된 거시경제, 구조적 혁신이 맞물리며, 미국 증시는 여전히 긴 상승 국면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