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중국 배드민턴이 충격에 빠졌다. 자국 랭커들이 잇따라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여자단식 절대 강자 안세영(1위·삼성생명)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안세영은 지난달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이상 BWF 슈퍼750)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1위’의 위엄을 재확인했다. 두 대회 모두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 안세영은 연이어 완승을 거두며 올해만 7연승, 통산 전적 15승 4패의 압도적 우위를 이어갔다.
프랑스오픈 결승은 그 격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초반 몇 포인트를 주고받은 뒤 곧바로 안세영이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왕즈이는 빠른 템포 전환과 네트 앞 수비에서 버텨보려 했지만 안세영의 정교한 코스 조절과 코트 전체를 활용한 넓은 움직임에 휘둘렸다. 1세트를 21-13으로, 2세트를 21-7로 마무리한 안세영은 단 42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왕즈이는 안세영의 템포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단순한 파워 싸움이 아니라 위치 선정, 타이밍, 판단 속도에서 완전히 밀렸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좌우로 흔들며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절묘한 스매시를 꽂았다.
결국 이번 경기로 안세영은 올 시즌 9번째 정상에 올랐다. 단일 시즌 슈퍼 750 대회 5회 제패라는 기록은 BWF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이다. 반면 왕즈이는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도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했다.
중국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넷이즈는 “왕즈이는 또다시 안세영에게 완패했다. 덴마크 결승 1세트 5-21, 이번엔 7-21로 무너졌다. 발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2위가 1위에게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 격차는 줄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팬들도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좋은 신체조건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언제쯤 달라질까”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팬은 “천위페이는 안세영을 상대로 훌륭히 싸웠는데 왕즈이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7연패를 당하고도 정신적으로 무너진 듯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나스포츠는 “왕즈이는 초반 잠시 활약할 뿐, 결국 안세영의 빠른 전환 속도에 휘말린다. 이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천위페이나 야마구치 아카네처럼 코트 전체를 활용한 이동 전술이 필요하다. 지금의 왕즈이로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패배를 넘어 중국 배드민턴의 현실을 드러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중국 여자단식이지만, 이제는 안세영이라는 절대 강자 앞에서 무기력하다. 왕즈이가 시즌 중 세 차례 우승을 거두고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국의 ‘셔틀콕 여제’에게 무너졌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안세영은 이제 단순한 세계 1위가 아니라, 세대 교체의 상징이 됐다. 덴마크오픈 우승은 한국 여자단식의 38년 만의 쾌거였고, 프랑스오픈 제패는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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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위에서 미소를 지은 왕즈이의 얼굴 뒤로, 중국 배드민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왕즈이는 안세영을 넘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