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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티켓 200만원에 판 암표상…세무조사로 잡는다

중앙일보

2025.11.05 22:27 2025.11.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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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여행업체 A사는 티켓당 1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주고 중고거래 업체 B사로부터 K팝 콘서트 암표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런 뒤 이 티켓을 정가의 2.5배에 달하는 가격을 받고 관광객에게 다시 팔았다. 이런 식으로 두 업체는 6년간 최소 4만 매의 암표를 되팔았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매출만 총 100억원에 달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티켓팅 전쟁을 유발하는 암표업자 세무조사 실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6일 암표 판매업자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순수한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암표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에선 상위 1%에 해당하는 400여 명이 절반에 가까운 거래를 독식했다. 이들이 연간 거래한 금액은 1인당 평균 6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 대상은 상위 1% 거래자 중에서도 탈루 혐의가 짙은 17개 업자다. 개인이 14명, 법인이 3곳이다. 개인 중에는 30대 중반의 공공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사도 포함됐다. 이들 17개 업자가 신고 누락한 암표 물량만 해도 최소 220억원어치에 달할 것으로 국세청은 추산했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중고거래형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급증한 사례다. 예컨대 암표 업자 C씨는 K팝 아티스트 공연이나 프로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사고팔아 폭리를 취했다. 공연 입장권은 정가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장당 240만원을 받기도 했고, 주요 프로야구 경기 입장권은 장당 10만원 수준인데 200만원가량으로 재판매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대리 티켓팅, 소위 ‘댈티’도 주된 수법이다. 이들은 티켓을 싹쓸이하는(매크로) 기술을 앞세워 정식 법인까지 차렸는데,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혜택까지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티켓 희망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판매한 이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암표상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민생 안정에 미치는 사안의 파급력과 시급성을 고려해, 암표 업자의 수익 내역과 자금 흐름, 은닉재산 유무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건전한 거래 관계를 해치는 또 다른 행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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