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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만드는 FIFA, 트럼프에 패스하나

중앙일보

2025.11.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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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인판티노는 ‘FIFA 평화상’을 만들었지만, ‘짝퉁 노벨평화상’이란 말이 나온다. [AP=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계의 노벨평화상’이라 부를 만한 상을 새로 만들었다. 상을 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특정인을 겨냥해 제정된 상이라는 이른바 ‘위인설상(爲人設賞)’ 지적이 나온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5일(현지시간) ‘FIFA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평화를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는 데 헌신한 개인에게 수여한다”는 취지로 매년 시상한다. 첫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함께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이 유력한 행사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개최하는 북중미월드컵은 내년 6월 11일~7월 19일 열린다.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가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와 스포츠의 부적절한 동행을 우려한다. 상 제정 시점이 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노벨평화상 수상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달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상을 받았다. 백악관 측은 “정치가 평화를 이겼다”고 반발했다. FIFA 평화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만든 ‘짝퉁 노벨평화상’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인판티노 회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1기였던 지난 2018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초청받았고, 축구 주심의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트럼프에게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든다”고 반겼다. 트럼프 2기 들어 두 사람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귀빈석에 앉았다. 백악관 집무실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지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중동 일정 탓에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총회에도 지각했다. 이에 유럽축구연맹(UEFA) 대표단은 집단 퇴장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FIFA가 회의 일정을 변경하는 건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쏟아진 비판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달 13일에는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에 또다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곁을 지켰다. 가자지구 휴전 합의 직후 열린 회담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전후 복구를 지원하는 국제 스포츠 단체의 대표’라는 명분으로 참석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달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FIFA는 지난 7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사무실을 개설해 구설에 올랐다. FIFA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월드컵 수익을 투입해 만든 1억 달러 규모의 교육 프로젝트 이사회 이사로 임명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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