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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칩 수출 막힌 젠슨 황 “중국이 AI경쟁서 미국 제칠 것”

중앙일보

2025.11.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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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에 낀 엔비디아

미·중 정상회담이 남긴 불씨가 결국 불타오를 조짐이다. 희토류 수출 재개와 관세 인하 등 굵직한 무역 합의에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한 인공지능(AI) 칩 문제가 불쏘시개가 됐다. 미국이 최첨단 AI 칩의 수출 금지를 강조하자, 중국이 외산 칩 사용 금지로 맞불을 놓으며 반도체 패권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이 투입된 신규 데이터센터에 중국산 AI 칩만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규제 당국은 공정률 30% 미만인 데이터센터에 이미 설치된 외국산 칩을 모두 제거하고, 향후 구매 계획도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AI 핵심 인프라에서 외국 기술을 제거하고 AI 칩 자립을 달성하려는 가장 공격적인 조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보안을 문제 삼으며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H20과 중국용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인 RTX 6000D에 대해 주문과 수입을 금지했지만, 일부 고성능 블랙웰 GPU가 밀반입되거나 기존 재고를 통해 여전히 쓰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미·중의 AI 주도권 다툼은 더 뜨거워지게 됐다. ‘안 팔겠다’는 미국의 강경책에 중국이 ‘살 필요 없다’고 맞대응한 것이라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엔비디아 최신 AI 칩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난처한 건 중간에 낀 엔비디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AI 행사에서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제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 각 주(州)의 AI 규제 움직임과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비교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엔비디아 칩 수출 금지 발언이 나온 후라 파장이 컸다.

앞서 황 CEO는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였지만 지금 중국 매출 비중은 0%”라며 “매우 유감스럽고 이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산 칩 사용 금지 조치가 강화될수록 중국산 AI 칩을 만드는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의 입지가 더 커져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재진입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AI 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현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AI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미래 패권을 좌우할 전략 자산이기에 미국과 중국 모두 일방적인 포기는 결코 없을 것”이라며 “양국 간 충돌과 완화가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생태계와 중국의 독자 생태계가 병존하는 ‘양극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 수출 규제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공급이 막히긴 했지만 유럽과 중동 등의 새로운 AI 수요가 워낙 커서 국내 메모리 기업이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설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부재 등 첨단공정의 생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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