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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의 마켓 나우] AI 투자 열풍, 버핏의 법칙을 잊었나

중앙일보

2025.11.0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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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좋은 사업은 적은 자본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

워런 버핏은 자본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 말로 그의 투자 철학을 요약한다. 그는 항공사나 통신사처럼 막대한 투자가 반복되는 사업은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다고 보았다. 버핏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스스로 투자 매력도를 훼손하는 셈이다. AI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 투자로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불붙인 AI 붐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으로 옮겨갔다. JP모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 5개 기업의 올해 자본지출(설비·기술 등에 대한 투자 지출, CAPEX)은 약 3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2년 전의 3배다. 또한 올해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의 90% 이상이 AI 관련 투자에 기인한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 투자가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표적 가치평가 모형인 ‘파마-프렌치 5 요인 모형’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보다 평균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준다.

케네스 프렌치 교수의 가장 최근 데이터(1963년 7월~2025년 8월)를 통해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 두 기업 유형 간 누적 수익률 차이를 비교하면 공격적 투자 기업의 연평균 수익률이 약 8% 포인트 낮게 나타난다. 공격적인 자본지출은 자본 배분의 오류를 낳고 장기 수익률을 저해할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투자의 규모에서 투자의 지속가능성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지출 대부분은 빅테크 기업들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충당돼 자금조달 우려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 경쟁의 격화로 일부 기업의 현금흐름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타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지난주 자본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 반응이 싸늘했다. 현금 보유액 감소와 3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우려를 키운 것이다.

AI는 분명 거대한 혁신이다. 그러나 과잉 기대와 과잉 투자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파마-프렌치 모형이 알려주듯 공격적 투자 기업은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이제는 버핏이 강조한 ‘적은 자본으로 많은 현금을 버는 기업’을 가려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25년 전 지금의 빅테크 기업들이 가벼운 몸집으로 인터넷 인프라의 수혜를 입었던 것처럼, 이제는 빅테크가 구축한 AI 인프라 위에서 자본 효율성을 기반으로 성장할 차세대 기업을 선별해내는 투자자의 통찰력이 요구된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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