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가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출석을 요구해 온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오전부터 불출석하면서 개회 직후부터 여야가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지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을 역임한 주 의원께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주 의원이 곧바로 “제가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까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입틀막(입 틀어막기)’하는 것”이라고 역공하면서 고성이 이어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국감 중지를 선언했으나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기헌 의원 간의 ‘배치기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이 막판까지 치졸한 싸움으로 얼룩졌다.
이날 대립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실장이 국감에 불출석하기로 할 때부터 예견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운영위 여야 간사가 김 실장 출석을 두고 협의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측은 김 실장의 오전 출석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협의가 결렬됐다. 이 대통령 오후 일정 수행 때문에 김 실장이 오전만 출석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국감 기간 중 단 하루 국회에 나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어제 국감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봉욱 민정수석 등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모두 국감장에 나왔다. 유독 김 실장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어제 오후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운영위 출석이 가능하도록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루 종일 출석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우 수석은 지난달 “국회에서 의결해 주면 (김 실장이) 100% 나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국회 국감 업무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하지 않았나.
여당에서는 제1부속실장이 국감에 불출석하는 관례를 주장하나, 김 실장은 국감 직전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지냈다. 대통령실의 인사와 예산 등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은 국감에 빠짐없이 출석해 왔다.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은 국감 출석 회피용이라는 의심만 샀다.
이번 운영위 국감은 김 실장에게도 여러 의문을 해소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의혹은 그대로인 채 정쟁만 거세어졌다. 앞으로도 국감 때면 연례행사처럼 김 실장 출석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의 오랜 참모가 정쟁의 불씨로 남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 실장 한 명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아무리 지켜봐도 의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