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이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 T-50B 특수훈련기에 대한 중간 급유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부각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8일까지 일본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블랙이글스팀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이달 17일 시작) 참가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군 내부에선 사실상 참가가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관련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이는 한·일 안보 협력 발전을 상징하는 뜻깊은 이벤트 성격으로 추진됐다.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지난 한두 달간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하는 블랙이글스팀이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나하(那覇) 기지에 중간 기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군의 곡예(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2022~2024년에는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 등을 위해 대만 남부의 가오슝(高雄) 국제공항에서 중간 보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일본 내 미군 기지 또는 일본 자위대 소속 기지를 이용하기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
계획대로라면 당초 블랙이글스팀은 지난 5일 나하 기지에 기착해야 했다. 하지만 블랙이글스가 지난달 28일 독도 부근 동해상에서 통상의 훈련을 진행한 걸 탐지한 일본 측에서 나하 기지의 기착 계획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공군은 내부적으로 8일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현지 훈련 등을 위해 10~11일엔 두바이에 도착해야 하는데, 최소 두 곳에 기착해 중간 급유를 받는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8일에는 일본에서 급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보급을 위한 기착을 위해선 특정 시기 비행 구역을 제한하는 항공고시보(NOTAM) 통보 등을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제 와서 그간 급유를 해온 대만 가오슝 등을 대체지로 쓸 수도 없다는 의미다.
일본의 결정은 지난달 30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이뤄졌다. 다만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목소리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뜻을 모았다. 급유 거부 사태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관리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기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의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가 결과적으로 무산되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정부는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