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경쟁, 미국발(發) 관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다 ‘기후 리스크(위험)’까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으로 산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직격탄을 맞은 철강·석유화학(석화)은 물론 자동차 등 주력 산업까지 “실현 불가능한 수치”라며 반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일 국회 공청회에서 공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골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 줄이는 것이다. 산업계는 “현실적인 감축 여력, 산업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감축량이 늘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이익 감소와 고용 축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반발했다. 생산량을 유지하며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신(新)기술로 대응해야 하는데,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에 한창인 철강·석화 업계 우려가 크다. 철강 업계는 아직 개발 단계인 ‘수소환원 제철’ 기술을 근거로 NDC를 높였다며, 이를 맞추려면 국내 생산량을 줄여야 해 결국 중국산 수입만 늘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수소환원 제철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37년”이라며 “정부가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시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석화 업계는 대규모 친환경 설비를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기가열로나 메탄 열분해 공정은 2030년 이후에나 도입할 수 있다. 생산 비용도 기존 공정 대비 2~3배 수준이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의 혁신 투자가 끊기지 않도록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인력, 자금,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대기업의 감축 압력을 넘겨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NDC에 따라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 보급 목표 840만~980만 대(전체 자동차의 30~35%)’가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목표를 맞추려면 2035년 한 해에만 전체 자동차 판매의 93.8%를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사 약 1만 곳 중 절반(45.2%)은 내연기관 부품을 만든다”며 “급격한 규제가 중국 전기차 공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익성에만 매달려 기후 대응에 소홀했던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상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기업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