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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배치기’ 국회

중앙일보

2025.11.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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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된 뒤 퇴장하다 배를 맞대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출석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해 파행을 거듭했다. [뉴시스]
고성과 욕설, 막말로 점철된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급기야 국회의원 간 ‘배치기’로 마무리됐다. 올해 마지막 국감이자 현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실 국감이 진행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 불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다 배를 맞대며 눈을 부라리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운영위는 이날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국감 참여를 문제 삼은 게 도화선이었다.

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을 역임한 주진우 의원이 있는 건 이해충돌 소지가 매우 크다. 주 의원이 앉아 계실 곳은 피감기관 증인석”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제가 김현지 부속실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입틀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입틀막이 뭐냐”(민주당), “왜 소리를 지르냐”(국민의힘) 등의 고성이 섞이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국감 시작 58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신경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이기헌 의원 간 ‘배치기’ 소동으로 번졌다. 국감장을 나서던 두 사람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배를 맞댄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봤다. 송 원내대표는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정회 후 회의장 문을 나오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 대낮에 테러와 유사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김현지에 국감 출석 대기 지시…야당은 “쇼하나”

그러자 이 의원도 “‘국감을 방해하는 건 국민의힘 당신들’이라고 했더니 (송 원내대표가) 뒤돌아서서 몸을 던지다시피 했다”고 회견했다. 배치기 공방 탓에 질의는 감사 시작 100분 만에야 진행됐다.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1부속실장의 운영위 출석이 가능하도록 경내 대기를 지시하셨고, 이에 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경외 일정 수행 업무를 해야 함에도 대통령실에서 대기 중임을 알린다”고 공지한 것도 논란이었다. 공지 이후 여야는 증인 채택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대통령은 대기하라는 지시쇼를 하는 것이고, 김현지 실장은 대기쇼를, 여당은 거부쇼를 벌이고 있다”(서지영 의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김 실장 관련 의혹을 파고들 땐 민주당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니 김 실장이 ‘여사’란 얘기를 듣는 것이다. 김혜경 여사보다 더 위에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김병기 위원장은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읊으며 “계속 그런 발언을 할 경우 발언권을 중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편파 진행”이라고 항의했고, 김 위원장은 “편파적으로 한번 해볼까요”라고 맞받았다.

주진우 의원이 국감 도중 페이스북에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보다 권력 서열이 위”라고 쓴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이 이런 대우를 받아가면서까지 위원회를 해야 되느냐. 위원장한테 야지(‘야유’의 일본어) 놓는 페이스북이나 올리고”라고 반발했다. 이에 주 의원은 “함부로 말한 적 없다”고 했고,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의원님은 검사가 아니라 삼류 소설가 같다”고 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인격 모독”이라고 외치는 등 고성이 오가다 감사를 중지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첫 운영위 데뷔전을 치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붉은색·파란색이 섞여 ‘협치’를 상징하는 사선 넥타이를 맸지만 야당의 의혹 제기에 언성까지 높여가며 따박따박 맞섰다. 그는 시작부터 “취임 당시 대통령실은 실로 무덤 같았다”며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오로지 국가 모든 영역에 걸쳐 겹겹이 쌓인 복합위기였다”고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

김현지 실장과 관련해 ‘인사를 다 좌우한다’는 질문이 나왔을 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모든 것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 실장은 김 실장이 지난 7월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전화해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비서관이 통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강 후보자가) 논란이 있었고, 여러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제가 그 비서관을 불러 주의를 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김 실장이 산림청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엔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12·3 비상계엄의 행정적 책임과 관련해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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