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한상훈 교수의 설명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 고위험군이다. 독감에 걸렸을 뿐인데 평소 앓던 기저 질환이 심해진다. 체내 침투한 바이러스에 저항하려는 면역반응으로 심장·뇌혈관 등에 부담이 커진 탓이다. 독감에 걸리면 일주일 내 심근경색 위험은 10배, 뇌졸중 위험은 최대 8배 증가한다. 폐렴 발생 위험도 최대 100배나 높아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독감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고령층은 백신을 맞아도 몸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체가 덜 만들어진다. 독감 백신을 접종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한감염학회에서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은 면역증강제(Adjuvant) 함유 백신을 포함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다만 한국에서 고령층 전용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현재 NIP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한 교수는 “면역 반응을 높여 백신 효과를 강화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이 NIP에 포함된다면 독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
Q : 고령층은 왜 독감에 걸린 것만으로 위험한가.
“연령에 따른 독감의 위중도는 다르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에 걸리면 세균 감염이 쉬워져 이차적으로 폐렴이 잘 생기고, 전신 상태가 나빠지면서 입원·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독감에 걸려 기력이 없다며 식사도 거르고 누워 지내면 탈수가 생기고 점점 쇠약해지다 급성신장손상, 패혈증, 요로감염 등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독감 관련 입원 환자의 약 80%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사망률 역시 젊은 층 대비 10배 이상 높게 보고된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기침하면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는 정도는 젊은 층에서나 그런 것이다. 고령층은 매년 독감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Q : 올해는 독감 유행이 빠르다던데, 이미 늦은 건 아닌가.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독감은 11~12월에 한 번, 새 학기가 시작되는 그다음 해 3~4월에 또 한 번 유행한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2주 정도 걸린다. 가급적 10월 내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늦어도 된다.
무방비로 겨울을 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훨씬 안전해서다. 외래에서도 독감 유행기 내내 백신 접종을 권한다.”
Q : 혹시 고령인데, 독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서 탈이 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무려 82.5%(23~24절기)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을 보인다. 고령층은 면역 노화로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 생성 반응이 낮다. 그래서 NIP로 지원하는 백신의 예방 효과도 낮은 편이다.
이게 문제다. 고령층은 독감 백신을 접종했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는데, 독감 백신을 맞았으니 전신 상태가 나빠져도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하면서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Q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인체 면역시스템을 자극해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면역증강제 MF59가 포함된 면역증강 독감 백신 ‘플루아드쿼드’가 대표적이다. 면역증강제가 면역 반응을 증폭시키면서 항체 형성을 촉진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면역증강 독감 백신은 최대 접종 후 독감 유행 기간인 6개월 이상 예방 효과가 유지된다. 2차 독감 유행기인 이듬해 봄까지 백신 효과가 지속한다. 접종 6개월 이내 면역원성이 감소하는 기존 독감 백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독감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독감 합병증 등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면 면역 증강 독감 백신이 도움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 독감 예방 효과를 높인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우선 권고하는 이유다. 이미 미국·호주·영국·프랑스·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에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NIP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한 상황이다.”
Q : 고령층에서 고면역원성 백신의 접종 효과는 어느 정도 인가.
“기존 표준 독감 백신의 한계인 낮은 예방 효과를 개선했다고 본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면역 노화가 뚜렷한 집단일수록 이득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고면역원성 백신(플루아드쿼드)는 표준 독감 백신과 비교해 15~25%가량 우수한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또 독감 합병증인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도 60% 향상된 것으로 보고된다.
2024~2025절기에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면역 증강 독감 백신 접종을 NIP로 도입한 덴마크는 기존에 낮았던 고령층의 독감 예방 효과가 청장년층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감염을 막는 수준을 넘어 입원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보인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독감에 걸려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면역 증강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Q : 고면역원성 백신은 무료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담일 수 있는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외 관찰 연구, 경제성 분석 등에서 고령층에서 고면역원성 백신의 잠재적 이점은 확인했다. 한국을 포함한 65세 이상 동양인을 대상으로 고령층 전용 면역증강 독감 백신을 접종했더니 독감 발생은 10만 6654건, 증상 발현 사례는 7만 1352건, 입원은 5443건, 사망은 1275건을 추가로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고면역원성 백신중 면역 증강 백신의 비용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다.
면역 증강 백신은 사회적 관점에서 지금까지 쓰인 표준 독감 백신과 비교해 한국에서 270만 달러의 추가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NIP로 포함하면 독감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Q : 의료진도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되나.
“그렇다. 환자 보호, 전파 차단 등을 위해 의료진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고령,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과 자주 접촉하는 의료인 등도 높은 항체 수치 유지로 오랜 기간 독감 예방이 가능한 면역증강 백신 등 고면역원성 백신을 접종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