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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보일러타워 9초만에 와르르…철거 심의조차 안 받았다

중앙일보

2025.11.06 23:49 2025.11.0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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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가 난 울산 남구 남화동 소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를 구조해 이송하고 있다. [사진 울산소방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붕괴한 보일러 타워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거 허가가 필요한 ‘건축물’이 아니라, 철거 허가 대상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원인은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건축법 2조에 따르면 공작물 중 지붕·기둥·벽이 있는 시설은 건축물로 분류한다. 지상 6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건축물을 철거·해체할 때는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철거 과정에서 지자체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이나 해체 계획의 적정성 등을 사전에 검토·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보일러 타워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작물은 건축물처럼 철거 시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관리법 대상이 아니어서, 철거 작업 전 별도의 해체계획서·안전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고, 감리도 없었다”며 “이와 별도로 같은 발전소 부지에 있던 본관(터빈동)은 (건축물로 분류하기 때문에) 지난해 9월 철거계획서를 받아 같은 해 11월 해체를 허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 사각지대에서 보일러 타워가 구조 기술적으로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해체 계획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축시공기술사는 “건축물은 해체가 필요할 때 철거 심의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철거계획서가 적정한지 판단하고 보완할 부분을 지적하면서 철거 과정이 보다 안전해지는 과정을 거친다”며 “하지만 이번 보일러 타워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조 기술적으로 엉성하게 해체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작물 해체는 구조기술사의 의견에 따라 해체 전에 특정 지점을 절단하거나 볼트를 풀어놓는 ‘취약화 작업’을 거친다”며 “이런 과정이 적정했는지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가 난 울산 남구 남화동 소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울산소방본부]
구조기술사 의견이 적정했더라도 애초 구조설계도면 자체가 잘못되거나, 작업자가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엉뚱한 지점을 절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일러 타워가 준공한 지 44년이 지난 데다 이미 2021년부터 사용을 중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일러 타워 지지대·기둥이 예상보다 더 노후화된 상황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영상만 봐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9초 만에 순식간에 전체 공작물이 넘어가는 패턴은 통상 건축물에서 하중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자르거나 손상했을 때 발생한다”며 “구조물 작업 과정에서 이런 손상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시공업체(HJ중공업)는 철거 계획을 마련하고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진술했다”며 “(이 진술과 관련한) 서류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추후 수사를 통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툴박스미팅 제대로 했다면 인명피해 줄였을 것”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조치가 적정했는 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6일 오후 2시 2분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붕괴한 영상을 확인한 이상대 코리아재난안전연구소 박사는 “철거 작업에서 붕괴 위험은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문제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통상 현장에선 ‘툴박스미팅(Tool Box Meeting)’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툴박스미팅은 작업을 수행하기 전, 팀원들이 모여 작업 내용과 관련된 안전 주의 사항을 공유하는 회의다.


예컨대 해체 준비 과정에서 붕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와이어로 잡아주는 설비나 붕괴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을 받쳐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툴박스미팅에서 나와야 했었다는 것이다. 이상대 박사는 “공작물의 무게중심이 흔들렸더라도 툴박스미팅에서 와이어 등 붕괴 시 방지 장치가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일러 타워 철거 과정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문희철.김윤호.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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