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北, 탄도미사일 발사…美 제재·항모 반발하고 팩트시트 사전 견제

중앙일보

2025.11.06 23:5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북한이 7일 오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북제재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또한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한·미 안보 분야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포함될 비핵화 관련 내용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이 지난달 23일 평양 화성지구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주 해방 군사작전에 참전한 북한군 용사들을 기념하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후 12시 35분쯤 북한 평북 대관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은 약 700㎞를 비행하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 한·미 정보 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은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했으며 발사 직후 탐지 후 추적했다"며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일본과 정보를 공유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로 추정된다. 풀업기동(하강 후 상승)이 의심되는 부분도 있어 KN-23 발사체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SRBM 시험발사 때 주로 표적으로 사용하는 무인도인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알섬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미사일 도발이 최근 미국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산 석탄·철광석 불법 환적에 관여한 제3국 선박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를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데 대한 '뒤끝' 조치 아니냐는 분석이 따라붙었던 이유다. 이어 이튿날인 지난 4일 미 재무부는 사이버 범죄 자금 세탁 관여 혐의로 북한 국적자 8명과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만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6일 김은철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의 담화로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라며 "현 미 행정부가 우리를 끝까지 적대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우리 역시 언제까지든지 인내력을 가지고 상응하게 상대해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CVN)이 지난 5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데 대한 반발 성격이란 해석도 나온다. 또한 한·미가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안보 분야 팩트시트와 SCM 공동성명에 담길 비핵화 문안에 대해 사전에 견제구를 날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부산을 넘어) 제주도까지 포함하는 사거리 700㎞라는 점에서 한반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무력시위를 예고한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10만t급)호가 지난 5일 오전 군수 적재 및 승조원 휴식 등을 위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SRBM을 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2일 북한은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SRBM 수 발을 발사한 뒤 이튿날 '극초음속 비행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최근 수일 간격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엔 서해상에서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 1일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만나기 30분 전인 오후 3시쯤 서해북부 해상에서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던 지난 3일에도 오후 4시쯤 서해 북부 해상으로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국방부, 합참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현주.심석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