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내부에서 ‘법 왜곡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여권 전체가 법 왜곡죄 도입에 긍정적인 기류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법 왜곡죄 취지는 타당하다”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처럼 사법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명백히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막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법 왜곡보다 법 조작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고도 했다.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 수사·기소·판결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걸 뜻한다.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죄를 만들자는 것으로 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이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공약이 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도 이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법 왜곡죄 도입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법 왜곡죄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 토론하거나 공개적으로 논의해 본 바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까 엄밀하게 잘 만들면 된다”며 “조작된 증거나 법 적용을 잘못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한 법이라 사법부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 왜곡죄는 민주당의 7대 사법 개혁 의제 중 하나로 정청래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2일 “부적절한 무자격 검사, 무자격 판사들이 있다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틈날 때마다 법 왜곡죄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7일 김병기 원내대표가 “재판소원제와 법 왜곡죄를 포함해 사법 개혁 7대 과제”라고 칭하며 공식 의제화됐고, 지난 2일엔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11월 중순, 하순쯤 사법 개혁안에 대한 공론화가 집중되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다”며 연내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법 왜곡죄 도입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재판중지법을 물리는 척하면서, 뒤로는 법 왜곡죄라는 또 다른 방탄 입법을 준비 중인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는 ‘법 기만법’”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이) 법 왜곡죄를 만들어서 이재명에 대해 판결하지 못하도록 판사들을 겁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