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중인 남욱 변호사가 7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 “검사한테 ‘배를 가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자신의 과거 진술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남 변호사는 이날 정 전 실장의 대장동 등 사건 재판에 수의를 입고 증인으로 출석해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에 검사가 “(진짜) 사람 배를 가르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하자 남 변호사는 “맞다”면서도 “다만 이런 말까지 들으면 수사 방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재판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이 대장동 개발 비리 윗선으로 지목받아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후 이 대통령 재판이 중지된 채 정 전 실장을 상대로만 진행되고 있다. 남 변호사가 유죄를 받은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1심 판결문에서 “이재명·정진상의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 진행 중”이라고 언급된 그 재판이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본인 사건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사의 신빙성을 뒤집는 취지다. 남 변호사는 초기 수사부터 줄곧 본인이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3억원이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돌연 입장을 바꿔 “검사에게 들은 내용을 진술했다”고 번복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도 “수사 당시 검사들이 얘기한 내용을 사실처럼 조서에 담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얼토당토않은 진술이 유죄 증거로 판결문에 담겼다” “유동규가 자백한 내용 중에는 허위사실이 많고 저도 조사 과정에서 유동규 말에 따라 잘못 진술한 내용이 많다”는 주장을 폈다.
남 변호사는 “지난주 금요일 선고받고 그저께 판결문을 받았다. 이 사건 유죄 전제로 판결문이 작성된 거로 보였고 유동규의 회유된 진술을 대부분 유죄 증거로 사용했다”며 “결과적으론 그게 다 사실화돼서 판결이 나고 돌이킬 순 없지만, 제 잘못이지만 기회가 되면 사실로 오인된 부분에 대해 답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은 유동규 진술에 따라 본인 진술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어느 지점에서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2022년 검찰 조사 당시 유동규가 검사실에 들어와 ‘그때(2013년) 진상이 형한테 준다고 했잖아, 왜 기억을 못 하느냐’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고 제 진술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난 2022년 10월 이후 줄곧 “윗선(정진상·이재명)으로 다 책임이 넘어갔으니 난 3년형 정도 받지 않겠느냐”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도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형량 감경을 기대하고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징역 8년을 선고받자) 본인이 놀라더라”고 덧붙였다.
다만 남 변호사의 바뀐 증언이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에선 남 변호사뿐 아니라 정영학 회계사도 기존 진술을 뒤집고 “고의로 대장동 사업 예상 수익을 낮춘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각 피고인의 기존 진술이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스스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까지 바꿔가면서 변명으로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