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만 강조하고 돈으로만 계산하다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 아입니꺼?” 7일 오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로 숨진 전모(49)씨 장례식장에서 만난 전씨 유족은 “우리나라도 얼른 이런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와의 관계를 묻자 그는 “아재쯤 되는 먼 친척”이라고 답했다.
60m 높이 보일러 타워 붕괴로 3명이 숨지고 여전히 5명이 매몰된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근로자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이 깊어간다. 매몰된 근로자의 가족들은 연이틀 사고 현장을 찾아 발전소 측을 질타했다. 일부 시신이 수습되며 마련된 빈소에선 유족이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사고가 일어난 울산 남구 화력발전소엔 7일 오후 2시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의 가족 10여명 방문했다. 가족들은 전날에도 발전소를 방문했으며, 발전소와 소방 등 관계자들이 따로 마련된 컨테이너 부스에서 이들을 맞았다고 한다. 현재 발전소는 발전소 및 소방ㆍ경찰 등 기관 관계자를 제외하고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구조를 바라며 애태웠던 전날과 달리 하룻밤 새 사망자(3명)와 사망 추정자(4명) 숫자가 늘면서 근로자 가족들은 크게 격앙된 상태였다고 한다. 컨테이너 내부에선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게 말이 되느냐” “구조ㆍ수색 속도를 높여줄 수 없느냐”는 등 내용의 고성도 새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분들을 잠깐 뵙고 이야기를 나눴다. 구조 및 수색 상황과 관련해 빠른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사고를 당한 9명 중 3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2명의 시신이 울산 소재 병원 2곳으로 각각 옮겨졌다. 이날 오후 숨진 이모(61)씨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선 이씨 아내와 20대로 보이는 딸이 손을 꼭 잡은 채 안치실과 장례식장 내 대기 장소 등을 오갔다. 이씨 유족의 친척이라고 밝힌 여성은 “(이런 사고는) TV에서나 봤지, 이런 일이 현실로 우리 가족에게 올지 몰랐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감정을 억눌렀다. 이씨에 대해선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싹싹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씨 빈소는 다른 지역에 차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사고 현장의 구조대원들은 구조와 수색에 애쓰고 있지만 피로감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일러 타워 4ㆍ6호기 등 불안정 탓에 이날 새벽 한때 구조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소방 관계자는 “매몰된 5명의 수색 및 구조에 힘쓰고 있지만 철근과 유리섬유 등 잔해가 복잡하게 엉겨있고, 불안정한 주변 환경 탓에 중장비 등 사용 제약도 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