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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1번 운동장 써"…100m 못 뛰는 아이들, 교실서 풍선배구

중앙일보

2025.11.07 13:00 2025.11.0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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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A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운동장이 좁아 발야구나 축구 등을 하다보면 공이 울타리에 부딪히거나, 울타리 밖 차도까지 나가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독자제공
서울 한 교육특구에 위치한 A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1600명이지만 운동장 면적은 가로 55m, 세로 25m에 불과하다. 대부분 체육 수업은 실내체육관에서 한다. 지난 5일 학교 앞에서 만난 6학년 이모 군은 “한 학기에 운동장 수업은 5~6번뿐”이라며 “학교에 뛰어놀 곳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장모 군도 “발야구 하다 공이 운동장 울타리 밖 차도로 떨어져 터진 적도 있다”고 했다.

A 초교처럼 운동장이 협소한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아쉬움을, 교사들은 교육활동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학생 수에 따른 운동장 면적이 규정돼 있지만, 일부 예외가 허용되고 있어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담보할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1만75곳 중 15.3%(1826개)는 체육장(운동장 등 옥외 시설)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는 광주(41.3%)가 체육장 면적 기준을 맞추지 못한 학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대구(31.3%), 경기(23.4%) 등 순이었다. 서울은 10.4%였다.

서울 A 초등학교. 교육특구에 위치한 A학교의 전교생은 1600명이지만, 학교 부지가 좁아 운동장 면적은 가로 55m, 세로 25m에 불과하다. 대부분 체육활동은 실내체육관에서 이뤄진다. 운동장은 인도와 편도 6차선 도로와 맞닿아 있어 사람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의 철제 울타리로 둘러쌓여 있다. 이보람 기자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각급 학교는 설립시 학생 수에 비례해 일정 규모 이상 체육장을 확보해야 한다. 전교생이 600명인 초등학교의 경우 1인당 5㎡의 운동장을 갖춰야 하는 식이다. 사용 가능한 공공체육시설이 있거나, 도심지 등 여건상 기준 면적 규모의 체육장 확보가 어려운 경우, 실내 체육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 관리나 교육적 악영향을 우려한다. 광주 B 초교의 한 교사는 “학급당 2주에 1번만 운동장을 쓸 수 있다”며 “평소엔 ‘풍선배구’ 등 교실 체육을 하거나 주차장 공터에서 줄넘기를 하는 등 고육지책으로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에겐 소셜미디어(SNS) 과몰입 등으로 인한 고립이 일상이라 사회성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학교 체육활동이 필수적인데, 그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뛰어놀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개교한 경기 C 중학교는 통합운영학교로서 각종 시설을 함께 설립된 초등학교와 나눠쓰고 있다. C중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100m 달리기도 못할 정도로 운동장이 좁은데 그마저도 초등학교와 번갈아 사용하다보니 체육 활동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불만”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과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학교체육시설 확보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실내 체육시설과 실외 운동장은 각각 다른 교육적 기능을 갖고 있다”며 “지역 체육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한국교육개발원(KEDI)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운동장 면적을 기준으로 한 현재 체육시설 확보 기준을 학생들의 실질적인 체육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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