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를 가다] 현장에서 본 충격적 참상…평화는 뿌리내릴 수 있을까
취재 성사 막판까지 철통 보안…폐허 눈앞서 1시간 30분
(셰자이야·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끝없이 펼쳐진 잿빛 콘크리트 잔해, 적막감 속에 흙먼지만 날리는 '죽음의 도시'.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를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자 충격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말로 다 담기는 어려웠다.
연합뉴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셰자이야 마을에 진입해 지난 2년여 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 인근 지역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지난 2일 저녁 모르는 이스라엘 정부측 전화번호로 연락이 와서 대뜸 "며칠 내로 이스라엘에 체류하고 있을지를 답해달라"며 "100%는 아니지만, 수요일(5일) 임베드(embed·이스라엘군의 언론 동행취재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 이스라엘군(IDF) 관계자가 일러준대로 서둘러 방탄헬멧, 방탄조끼 등 개인 보호장구를 챙겨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날아갔다.
실제로 가자지구 안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했으며, 그에 앞서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왔다.
공지 받은 날짜가 차츰 임박해오는데도 이스라엘군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까지도 "일정이 며칠 연기될 것 같다",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만 듣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확정된 스케줄 자료를 전달받았다. 동선 등 구체적인 계획이 미리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려던 보안 조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연합뉴스 외에 어떤 언론사가 참여하는지도 깜깜이였다. 당일 집결지에 도착해서야 AP, CNN, 폭스뉴스, BBC, 프랑스24 등 전세계 주요 14개 매체가 함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나다브 쇼샤니 중령은 나할오즈검문소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사전브리핑을 하며 "만일 로켓이나 박격포로 공격받는 일이 생기면 뛰어서 도망치는 등 돌발행동을 자제하고 제자리에서 최대한 자세를 낮춰 엎드리라"고 당부했다.
전날 밤 기자가 서명한 9쪽 분량의 서약서에 "이스라엘은 사망, 부상 등 상황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혔던 것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스라엘군 철수선 '옐로라인' 안쪽에 세워진 전초기지에 도착하자 믿기 힘든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레바논 베이루트,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 기자가 이전에 다녀온 그 어떤 분쟁지도 파괴의 정도에서 이곳에 비교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는 파괴의 현장은 폐허라는 단어로도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쇼샤니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휴전 합의가 발효된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급조폭발물(IED) 제작과 무기 반입 등 수상쩍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눈앞의 폐허는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들을 향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의 결과라는 취지였다.
빽빽한 건물들 사이 민가와 군사시설이 분간할 수 없게 뒤섞여있고, 그 아래로 하마스가 파둔 땅굴이 거미줄처럼 뻗어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시민도 전쟁 기간 왕래가 완전히 끊긴 가자지구에 대한 관심이 컸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자 상황이 어떤가, 현지 사람들은 만나봤나, 어떤 느낌이 들던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취재 결과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하마스 터널과 무기를 없애기 위해 건물들을 밀어 벌여야만 했던 것"이라는 사람도, "가자 주민이 겪은 일에 대해 미안하다"며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는 이도 있었다.
2023년 10월 7일 새벽 하마스 누크바 특수부대원들이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한 데에 따른 '인과응보'라는 의견도, 가자지구 쪽 사망자가 7만명에 육박한 것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자지구의 앞날이 어떨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구상'이 착착 이행된다면 국제안정화군(ISF) 배치와 통치기구 구성, 재건 등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휴전 합의안대로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마스가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