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흘째를 맞은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현장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첫날 발견돼 구조를 시도하던 중 대원들 눈앞에서 안타깝게 숨진 40대 근로자다. 현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무너진 5호기 옆 타워 2기도 철거된다. 이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엔 구조인력 직접 수색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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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중 숨진 근로자 수습… 구조대 경례로 예우
9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분 붕괴된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에 깔렸던 김모(44)씨 시신이 수습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가 발견된 건 사고 첫날인 지난 6일 오후 3시 14분쯤이다. 구조대원들이 팔 등 신체 일부가 잔해에 깔린 김씨에게 접근해 모포를 덮고 진통제를 놓는 등 구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H빔 등 잔해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구조를 진행하는 동안 김씨는 7일 오전 4시 53분쯤 숨을 거뒀다.
발견 사흘 만에 수습된 김씨를 병원으로 옮길 때 구조대원 등이 경례했다. 소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순직한) 동료 대원 등이 수습될 때 경례를 붙인다. 김씨는 워낙 힘든 상황을 겪었고, 대원들이 예우 차원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구조에 투입됐더 부산 119특수대응단 소속 정형호 특수구조대원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씨가 13시간 넘게 버텨줬는데 끝내 구조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야 했을 때는 정말로 가슴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이 직접 현장 잔해를 파헤치며 진행하는 구조·수색 활동은 전날 오후 5시 25분부터 중단됐다.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에 부착된 기울기 센서에서 붕괴 등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면서다.
구조·수색을 재개할지 가늠하기 위해 9일 오전 7시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상황판단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선 "밤 사이 내린 비와 현재 불고 있는 바람, 사고 이전 진행된 보일러 타워 4·6호기 취약화(발파 이전 구조물 기둥 등을 잘라내는 작업) 등을 종합해보면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간밤 울산엔 18㎜의 비가 내렸다.
이에 9일 오전 8시 10분부터는 드론을 이용한 수색을 하던 중 오전 10시 30분부터 구조대원 17명이 마지막으로 김씨 시신 수습을 시도했다. 소방 관계자는 “17명 투입 또한 상황판단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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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기 철거, 인력 직접 수색 중단
구조대원 직접 수색은 한동안 다시 중단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사고 피해자 가족 대표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주변 구조물 붕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5호기 주변 타워 4ㆍ6호기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5호기는 취약화가 90% 진행된 상태에서 무너졌다. 중수본과 울산시 등에 따르면 5호기 양옆으로 약 30m씩 떨어진 4호기 100%, 6호기도 75% 취약화가 진행돼 붕괴 위험이 있는 상태라고 한다. 4ㆍ6호기 해체 작업을 위한 인력은 이르면 9일 중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4ㆍ6호기 철거를 위한)작업이 시작되면 직접 수색 작업은 일시 중단한다. 드론 수색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