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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생생한 표본 '토요타 GR 팩토리' [모토마치 공장 르포]

OSEN

2025.11.08 19:37 2025.11.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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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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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토요타시(일본 아이치현), 강희수 기자] 아이러니다. 토요타 GR 라인업의 요람, GR 팩토리를 둘러싼 환경이 의외다.  

모터스포츠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에서 출발한 GR은 토요타 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토요타가 추구하는 주행 철학이 GR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큰 만큼 생산 공장도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신규 시설물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토요타의 가장 오래된 공장에서 최첨단 고성능 차량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2025 재팬 모빌리티쇼를 방문한 한국의 기자들에게 토요타 자동차가 ‘GR 팩토리’를 공개했는데, 그 곳은 전통과 최첨단이 공존하는 온고지신의 표본이었다.  

‘GR 팩토리’는 완전히 독립된 공장이 아니다. 토요타의 첫 승용차 전용 공장으로 출범한 모토마치 공장 내에 GR 전용 조립공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토마치 공장은 1959년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에 건설된 생산시설로 토요타 자동차의 승용차 라인업의 본산이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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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곳에 ‘GR 팩토리’가 자리잡았을까?

한국의 기자단을 맞이한 GR 매니지먼트 디비전 카와키타 아츠시(Kawakita, Atsushi ) 프로젝트 제너럴 매니저는 “모토마치 공장은 토요타 창업의 땅이고 가장 오래된 공장이다. GR은 높은 정밀도를 유지해야 하고, 뛰어난 기능을 발휘하는 성능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차를 생산하는 공장은 창업의 땅에 세우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GR 브랜드의 출범 초기에는 생산대수가 많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GR 매니지먼트 디비전의 스즈키 세이지(Suzuki, Seiji ) 프로젝트 제너럴 매니저는 “GR이 워낙 고성능 차량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생산대수가 크게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점차 전 세계 고객들이 구매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케파를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통이 서린 창업의 땅에서 최첨단 고성능 차량을 생산한다는 건 ‘옛 것을 익혀 새로운 진리를 깨우친다’는 온고지신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공장에는 최첨단 로봇 설비가 즐비하다. 그런데 동시에 망치를 든 기술자가 로봇이 용접한 차체를 통통 두드려가며 검수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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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세이지 프로젝트 제너럴 매니저는 “로봇이 고정밀 스팟 용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불량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망치로 두드리며 검수를 하는 이유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다”라며 “사람이 검수하는 항목도 스팟 용접의 불량을 찾아내기 보다는 GR 브랜드의 특성상 설계가 자주 바뀌는 편인데, 그로 인해 혹시 타점이 빠진 경우가 있는 지 검수하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최첨단 로봇이 작업한 결과물을 기술 장인이 검수하는 장면은 온고지신의 상징처럼 해석하기에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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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GR만을 위한 특별한 공정도 ‘GR 팩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바디 정밀도 검사’라는 공정이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은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지만, 모든 부품이 100% 동일하다고는 자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밀 부품이 조립되는 지점도 마찬가지다. 정밀하게 조립 지점에 구멍이 뚫리지만 이 곳 또한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GR 팩토리의 ‘바디 정밀도 검사’ 공정은 이 미세한 차이까지 정밀 계측해 조립 장소에 가장 적합한 부품을 찾아주는 공정이다. 

공정을 보면, 

-차체 하부의 홀 위치를 소수점 단위(mm) 로 정밀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분석 시스템에 통합돼, 각 부품의 미세한 공차와 매칭을 한다.  

-분석 시스템에서는 약 1만 가지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자동으로 해당 부품을 선택하게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조립된 GR 차량은 부품 결합에서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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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팩토리를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대신 GR 팩토리는 AGV(무인반송기)가 차체를 이동시킨다. 필요 시 약 9분간 정지 상태에서 작업을 실시한다. 흔들림 없이 부품을 결합해 조립 정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이다. 스포츠카 특유의 소량·고정밀 생산에 최적화된 공정이기도 하다. 설비 변경의 탄력성이 있어 새로운 공정의 도입에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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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부 차체가 결합되는 과정도 일반적인 공장과는 반대다.  

자동차 조립공장의 일반적인 공정은 컨베이어 벨트로 이송된 하부 차체가 고정된 상부 차체 쪽으로 올라가서 결합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GR 팩토리에서는 하부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먼저 세팅하고, 차체를 위에서 내려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또한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상·하부 차체의 작업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중력이 실린 실제 조건에서 조립 정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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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난도의 작업은 모두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을까?

카와키타 아츠시 프로젝트 제너럴 매니저의 대답은 의외였다. 

“특별 대우 같은 건 일절 없다. 대신 이 공장의 근로자들은 다들 타쿠미(장인) 멤버들이다. 여러 공장에서 특별히 선발된 장인이라는 프라이드를 지니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와키타 아츠시 제너럴 매니저는 작년 10월,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맺은 모터스포츠 동맹도 언급했다. 

“현대자동차가 저희와 함께 랠리 활동을 하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유럽에서 시작한 모터스포츠이지만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와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발을 맞춰가며 서로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희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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