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관할 지자체로부터 '철거허가서(본관)' 등 행정 자료를 확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사고 구조물의 행정적 분류와 관리 과정의 적정성을 조사하고 있다. 보일러 타워가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해체 허가·감리 의무에서 제외됐던 점이 확인되면서, 관리 사각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9일 형사기동대·과학수사계·디지털포렌식계 등 7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은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 HJ중공업, 재하청업체 코리아카코 간의 계약·지시 체계 전반을 살펴보며, 해체계획서 작성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 철거 허가 서류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사고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관리법 대상이 아니어서, 철거 작업 전 별도의 해체계획서나 안전계획서 등을 지자체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와 별도로 같은 발전소 부지에 있던 본관(터빈동)은 지난해 9월 철거계획서를 업체에서 제출해 11월 해체 허가를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보일러 타워와 관련해 감리도 없었던 거로 기억하고, 본관 철거허가서를 경찰이 요청했고, 그 허가서엔 보일러 타워를 어떤 방식으로 철거한다는 참고 내용 정도만 언급돼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지금은 구조가 최우선이지만 확보된 서류와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행정 관리의 책임까지 들여다보겠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주로 보는 중이고, 사고 목격자와 업체 관련자들을 참고인 조사 중이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수색이 끝나면 현장 검증도 진행할 방침이다.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해체 중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취약화 작업' 도중 하층 지지부 절단으로 구조물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9일 정오 기준 작업자 9명 중 3명이 사망, 2명이 사망 추정, 2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경찰에 이어 검찰도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지검은 앞서 8일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 수사팀은 공공수사 전담부서(형사 제5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울산지검은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한 사고 중대성을 고려해 중대 재해 수사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검사와 수사관들로 사고 직후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지검은 산업안전중점검찰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