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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안치실 문 틈 사이, 남편 얼굴 본 아내는 오열했다

중앙일보

2025.11.08 22:22 2025.11.0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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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나 어떡해….”
9일 낮 12시3분쯤 울산의 한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인근 의자에 앉아 있던 A씨가 이같이 울먹이며 두 손을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매몰된 지 사흘 만에 구조 당국이 시신을 수습한 김모(44)씨의 아내다. A씨는 복도 끝의 안치실 문이 잠시 열린 틈 사이로 보인 남편 얼굴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사흘 만인 9일 구조당국이 시신을 수습한 김모(44)씨가 안치된 울산시 한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이 복도 끝에 있다. 안대훈 기자



사망 54시간 만에 만난 유족 “눈은 감았더냐”

그러자 A씨와 함께 있던 김씨 부모도 며느리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눈은 감았더냐”고 물었다. 김씨의 어린 두 딸은 영문을 모르는 듯 의자에 앉은 채 두 발을 구르고 있었다. 약 30분 뒤 안치실에서 검안을 마친 경찰은 A씨 등 유족에게 김씨가 갖고 있던 유류품이 담긴 비닐 팩을 건넸다. 이어 ‘검안 결과 이번 붕괴 사고로 인한 흉부 손상이 의심된다’는 검안의 1차 소견을 전달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사흘 만인 이날, 숨진 김씨는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구조 당국이 이날 오전 11시5분쯤 붕괴한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에 깔렸던 김씨 시신을 수습하면서다. 김씨가 사고 현장에 매몰된 채 구조를 기다리다 사망 판정을 받은 지 약 54시간 만이다.



발견 13시간 넘게 생존했지만…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보일러 타워 해체공사 작업자인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2분쯤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됐다. 구조대는 같은 날 오후 3시14분쯤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무너진 철제 구조물 더미에 팔 등 신체 일부가 깔린 상태였다.

9일 오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에서 수습된 매몰자를 병원 이송전 소방대원들이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사진 소방청
구조대는 김씨에게 접근해 모포를 덮어주고 진통제를 놓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철제 H빔 등 잔해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구조를 진행하는 사이, 김씨는 발견된 지 약 13시간 30분 만인 7일 오전 4시 53분쯤 숨을 거뒀다. 9일 김씨 시신을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구조대원 등은 병원으로 옮겨지는 구급차를 향해 경례했다.



구조대원 “가슴 무너져”

김씨 구조에 투입됐더 부산 119특수대응단 소속 정형호 특수구조대원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씨가 13시간 넘게 버텨줬는데 끝내 구조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야 했을 때는 정말로 가슴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씨 시신이 수습되면서 이번 사고로 매몰된 총 7명 중 사망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고 현장에는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이 아직 매몰돼 있다.



안대훈.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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