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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AI 대규모 집단 커닝’ 논란…“평가 방식 더 정교해야”

중앙일보

2025.11.09 00:34 2025.11.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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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 전경. 뉴스1

서울 연세대학교 중간고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적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과제·논문 작성이 일상화된 만큼 대학 내 평가 방식이 보다 정교하게 재정립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연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중간고사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정황이 담당 교수에 의해 적발됐다. 해당 수업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 AI를 가르치는 과정으로 약 600명의 학생이 비대면으로 수강한다.

담당 교수는 중간고사 이후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해당 학생의 중간고사 점수를 모두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중간고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응시자는 시험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서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한 수강생이 “양심껏 투표해보자”는 투표 글을 올렸는데, 응답자 353명 중 ‘커닝했다’는 응답이 190명 수준이었다. ‘직접 풀었다’는 응답은 163명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수업의 수강생이라고 밝힌 A씨는 “부정행위 방지 위해 컴퓨터 화면과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리도록 했지만 그럼에도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다”며 “교수님 이야기로는 (부정행위자는) 약 40명 정도라고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례 이전에도 대학 내 생성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논란이 된 적은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동국대의 한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담당 교수들은 무분별한 AI 사용 정황이 포착되자 “AI를 사용할 경우 F학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를 두고 에브리타임에선 “교수들이 실제 적발하긴 어려울 것”이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챗GPT 로고. EPA=연합뉴스



대학생 10명 중 7명 “수업에 생성 AI 활용한다”

생성 AI가 대중화되면서 대학가에서 시험 등에 의존하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다. 에브리타임 운영사인 비누랩스가 지난 2월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보니 응답자 10명 중 7명은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 유모(21)씨는 “요즘엔 과제 아이디어 발굴에서부터 대놓고 AI를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2)씨는 “‘교수님의 AI 탐지 검사에 안 걸리게 만들어줘’ 라고 AI에 명령한 뒤 과제를 만들곤 한다”면서 “한 번도 걸려본 적 없고, 거의 다 만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가디언은 영국 131개 대학의 온라인 필기 시험이나 과제 평가에서 AI 부정행위 적발 사례가 연간 7000건(2023년 9월~2024년 8월) 수준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그렇다고 AI 사용을 막겠다고 모든 시험을 대면으로 전환하는 건 비현실적이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공대 등 미국의 일부 대학은 부정행위 방지 등을 위해서 구술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AI 사용이 대중화된 만큼 교내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학생 평가에서 생성 AI 사용 관련 공식적인 지침이 없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과제·시험에서 AI 사용 유무는 교수 생각과 과목 성격에 따라 달라야 한다”면서 “구술·논술 등에선 대면 평가를 하는 등 학내 평가 방식이 더 정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AI를 잘 다루는 게 능력이 된 만큼,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며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혁.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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