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이모(50) 부장은 최근 회사로부터 값진 선물을 받았다.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베이커리에서 만든 고급 과자 세트였다. 선물에 담긴 편지의 발신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수신자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이 씨의 고3 아들이었다. 편지에는 “수능은 장벽도, 지름길도 아닌 가능성의 문을 여는 열쇠다.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을 멈추지 말고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바란다”는 김 회장의 당부가 쓰여 있었다. 이씨는 “회사가 고3 수험생 자녀까지 챙겨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기업들이 수험생 가족을 둔 4050(40~50세) 임직원 챙기기에 나섰다. 전통적인 합격 엿이나 떡, 과자 등 먹거리부터 수능 시계와 텀블러까지 다양한 선물을 준비했다. 특히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편지까지 함께 전달해 임직원 호응이 높다.
한화는 김 회장 명의로 2004년부터 매년 수능 때마다 수험생에게 선물과 편지를 보내왔다. 올해도 그룹사 임직원 4300여명, 지금까지 약 8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올해 수능을 앞둔 임직원 자녀 120명에게 초콜릿·캐러멜 선물 세트를 보냈다. “인생의 첫 관문을 맞이한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는 현 회장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였다. 현 회장도 2005년부터 20년째 수험생 가족을 응원해왔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도 수능 응원전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고3 자녀가 있는 임직원에게 대표이사 명의의 격려 편지와 함께 상품권, 쿠키 세트 등을 전달했다. SK텔레콤은 소정의 페이 포인트와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LG그룹도 수능 선물이 다채롭다. LG전자는 수능 시험 당일 쓸 수 있도록 비타민과 체온 유지에 필요한 보온 텀블러 등 선물 세트를 전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간식 세트와 여행 관련 굿즈(기념품)를 준비했다. LG헬로비전은 임직원 자녀는 물론 형제·자매까지 대상을 넓혀 수능 시계와 보온병, 핫팩 등으로 구성한 선물 세트를 보냈다. LG디스플레이는 눈 마사지기나 텀블러 중 하나를 네 잎 클로버와 함께 선물로 보내줬다. 모두 CEO의 격려 메시지와 함께다. HD현대중공업도 수험생 가족에게 화장품 세트와 과자를 보냈다.
김소연 인크루트 그룹장은 “자녀 출산이나 초등학교 입학 등 2030 임직원을 위한 복지 제도를 갖춘 대기업이 많지만, 수험생 자녀를 둔 4050 임직원까지 챙기는 복지로 진화했다”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로열티(충성심)를 높이는 경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