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슬림폰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따라 초슬림 신제품을 내놨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시장 반응에 대한 삼성과 애플의 선택은 엇갈렸다. 삼성은 후속작 출시를 보류한 반면, 애플은 다시 한번 초슬림폰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9일(현지시간) 해외 IT(정보기술) 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가 예상한 삼성전자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 S26’은 전작보다 한층 얇아진 외형이 눈길을 끌었다. 정확한 사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께가 6.9㎜로 올해 출시된 S25(7.2㎜)보다 0.3㎜ 줄어든 모습이다. 당초 삼성은 내년 라인업에서 ‘플러스’를 제외하고 초슬림 모델인 ‘엣지’ 후속작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일반·플러스·울트라 3종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유출된 6.9㎜라는 두께도 별도 슬림형 모델을 내는 대신 기본형을 얇게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지난 9월, 삼성보다 0.2㎜ 얇은 5.6㎜의 ‘아이폰 에어’로 초슬림폰 시장에 도전했던 애플은 후속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유명 IT 팁스터 ‘디지털챗스테이션’은 지난 6일, 내년 출시 예정인 ‘에어2’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스케치 디자인을 공개했다. 기존의 후면 카메라가 1→2개로 늘어난 모습이다. 세부 사양은 추후 변경될 수 있지만, 업계에선 에어 단종설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초슬림폰 판매 결과로만 보면 양사 모두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엣지를 발표했지만 하나투자증권은 8월까지 엣지 판매량은 131만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S25 일반형(828만대)과 울트라(1218만대) 판매량에 크게 못 미친다. 애플의 아이폰 에어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기본형 생산을 200만대, 프로를 100만대, 프로맥스를 400만대 증산하는 대신, 에어 모델 생산을 100만대 줄였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초슬림폰 시장에 계속 도전하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가 아직 단단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 비중을 보면 애플은 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비보(18%), 화웨이(16%)보다는 낮은 15%를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 약 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0%대의 점유율 기록 중인 것과 달리 애플은 초기 도전에 실패했다고 해도 한 번 더 도전해볼 만한 '체력'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에어는 지난달 17일 중국에서 사전판매가 시작된 후 수 분 만에 매진됐다.
최근 몇년간 혁신이 적었던 애플에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아이폰 판매량은 정체 상태였다”며 “에어는 2017년 아이폰 X 이후 애플이 선보인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사업체 IDC의 나빌라 포발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려 “에어는 판매 히트작이라기보단 마케팅 히트작이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주춤한 사이 중국 제조사들도 가성비를 내세워 초슬림폰 경쟁에 가세했다. 모토로라는 지난 10월 두께 5.99㎜의 ‘모토 X70 에어’를 내놨다. 삼성·애플보다 두껍지만 4800밀리암페어(mAh)의 큰 배터리 용량을 탑재했다. 영국 판매가 기준 700파운드(512GB)로 에어·엣지(1199파운드)보다 저렴하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삼성전자를 밀어낸 것처럼 초슬림폰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도 중국에 두께 6.6㎜의 슬림폰 ‘메이트70 에어’를 내놨다. 5㎜대로 두께를 줄이진 못했지만, 배터리가 6500mAh로 대용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