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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면 물건 사 달려가유” 청양군 ‘심부름’ 서비스 인기

중앙일보

2025.11.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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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청양군 지역활성화재단 직원 신연옥씨가 정산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5일 오전 11시 충남 청양군 정산면 농협하나로마트. 신연옥(57·여)씨가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건을 담았다. 카트에는 전날 주민이 구매를 요청한 설탕과 식초, 생수, 일회용 접시 등 생활용품이 담겨 있었다. 장보기를 마친 신씨는 캐스퍼 승용차에 물건을 싣고 인근 목면 신흥2리로 향했다.

왕복 2차선 국도와 시골 농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정태곤(65·여)씨 집. 운전하지 못하는 정씨는 생필품이 필요할 때면 청양군 지역활성화재단에 연락해 구매를 신청한다. 전달받은 물건과 마트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한 정씨는 신용카드를 건넸고 신씨는 카드단말기를 통해 결제했다. 마트에서 구매한 가격 그대로였다. 정씨는 “마을이 외진 곳이라 승용차가 아니고는 장을 보러 마트에 가기가 쉽지 않다”며 “전화 한 통화면 필요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니 주민에게 이보다 편한 서비스가 없다”고 말했다.

신씨가 주민 정태곤씨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모습. 신진호 기자
신씨를 비롯해 재단에 소속된 직원 2명은 청양군 10개 읍·면을 두 개 지역으로 나눠 주민이 요청한 물건을 대신 구매한 뒤 배달까지 해준다. 청양군이 지난해 시작한 ‘주민 心부름꾼, 부르면 달려가유’ 사업이다.

청양군은 지난해 8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농사로 시간이 부족한 주민,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청양에 사는 주민이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수 있고 지역활성화재단이 대신 구매해 집까지 배달해준다. 가전제품과 농기계 수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 8~10월 3개 면(面)에서 시범 사업을 거쳐 11월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청양군은 인구 3만여명 가운데 40%가 65세 이상이다. 고령화 비율이 충남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도 도시보다 열악해 읍내까지 나가려면 편도 1시간30분이 넘게 걸리는 마을도 있다. 노인에게 농기구나 설탕과 소금·생수 등 무거운 생필품을 구매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 사업은 청양군 지역활성화재단이 수행한다. 지역활성화재단 직원이 물건을 살 때 먼저 결제한 뒤 배달 후 주민에게서 비용을 받는 구조다. 배달이나 출장 수수료는 무료로 지원한다. 사업에는 청양에 사업장을 둔 17개 사회적 경제기업과 소상공인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둔다는 게 청양군의 설명이다. 지난해 8~10월 이뤄진 시범 운영 기간 107건(월평균 35건)에 불과했던 이용 건수는 올해 1~9월 1980건(월평균 22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농촌에서 필수품이 된 전동차(노인용) 수리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청양군은 애초 올해 말까지 운영하려던 사업 계획을 변경, 내년까지 1년 연장했다. 예산은 5억6800만원으로 정부가 지원한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마련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심부름꾼 사업은 단순한 생활편의 제공이 아니라 주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행정서비스 모델”이라며 “주민 목소리를 더 세심하게 듣고 촘촘한 생활서비스 시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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