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인공태양’ 실험시설 유치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말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전북 군산 새만금을 비롯해 전남 나주, 경북 포항·경주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10일 과기부에 따르면 ‘핵융합시설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계획서를 오는 13일까지 접수하고 14~20일 현장조사, 21일 발표평가 등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한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실험시설은 태양 에너지 발생 원리를 지상에서 구현하는 차세대 발전 기술이다. 수소 1g으로 석유 8t을 대체할 만큼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꿈의 청정에너지’로 불린다. 정부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착공, 2036년 완공할 방침이다. 최종 선정 지역에는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300여 개 기업 입주, 1만 명 이상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6일 ‘핵융합 연구시설 새만금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인공태양’ 유치에 뛰어들었다. 군산 새만금국가산단 내 50만㎡(약 15만 평) 이상 단일 부지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망,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기반 시설을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인근에 있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차별 요소다. 2012년 문을 연 이 연구소는 10년 넘게 핵융합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해 왔다.
전북도는 새만금이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기반 청정에너지 단지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미 태양광·풍력 단지와 수소산업, 이차전지·탄소소재 기업이 집적돼 있어 향후 에너지 융합 산업으로서 확장성이 높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다만 간척지라는 특성상 지반 침하 우려는 변수로 거론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을 첨단산업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하며 “새만금이 핵융합 연구시설의 현실적·필연적 선택지”라고 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나주 에너지밸리와 국내 유일 에너지 특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의 핵융합 연구기반 등을 앞세워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나주에는 한전 본사를 비롯해 한전KPS, 한전KDN 등 전력공기업과 전력 기업 670여 곳이 밀집해 있어 에너지 관련 연구·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주시가 제안한 인공태양 부지가 단단한 화강암 지반인 점과 고속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이중 켄텍에는 ‘인공태양’의 8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초전도 도체’ 시험 설비(495억원)가 내년까지 만들어진다. 나주는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에너지 국가산단 등 에너지신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에 지정된 바 있다. ‘에너지 수도’를 표방해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안정적인 정주여건 등도 장점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한전과 핵융합 분야 최고 교수진을 갖춘 켄텍 등을 보유한 ‘에너지 수도’로서 역량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