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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덮친 'AI발 감원'…매주 1만1000개 일자리 사라졌다

중앙일보

2025.11.12 01:13 2025.11.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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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일자리가 줄었다는 민간 고용정보업체 보고서가 또 나왔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인력을 감축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고용시장이 전례 없이 잔인한 10월을 맞이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25일 기준 직전 4주 동안 전월 대비 주간 평균으로 1만1250명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 인근 도시 한 미용실 창문에 직원 구함 문구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ADP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고용보고서’에서 지난달 미국 기업 신규 고용이 4만2000명 늘었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이는 ADP가 지난달 두 번째 주 신규 일자리 통계를 바탕으로 월간 일자리 수를 추정한 결과다. 하지만 월간 고용보고서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주간 통계에서는 수치가 뒤바뀌었다. 주간 통계에서 10월 중후반 수치까지 합산하자,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으로 수정됐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후반부 동안 노동 시장은 일자리 창출에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감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들은 총 15만3074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전달인 9월(5만4064건)과 비교해 약 183%, 1년 전인 지난해 10월(5만5597명)보다는 약 175% 급증한 수치다. CG&C는 10월 감원 규모로는 지난달이 ‘닷컴버블’이 붕괴했던 2003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때아닌 고용 한파가 불어 닥친 것은 AI 기술 확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AI 투자에 쏟아붓는 대신,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더 민첩한 조직을 만들겠다”면서 1만4000명의 사무직 인력 감원을 발표했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로 고객 서비스 업무를 대체하면서 4000명을 줄였고, 미국 온라인 교육 업체 체그는“생성형 AI 등장에 사용자 수가 줄었다”면서 전체 직원의 약 45%에 해당하는 388명을 해고했다. 메타도 AI 부문에서 600명을 감축했다. IBM은 올해 안에 수천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하고 인력 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218개 미국 기술 기업에서 올해만 11만2732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셧다운’ 여파로 미국 정부의 공식 고용 통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들의 부정적 수치는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ADP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12월 기준금리 이하 확률을 62.4→67.9%로 올렸다. 셧다운 해제 후, 나올 미국 정부의 공식 고용지표에서 고용 시장 침체가 확인된다면 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다만 AI 기술이 실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경기 흐름에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 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BBC에 따르면 예일대 산하 연구소 버짓랩의 미사 김벨 전무이사는 “팬데믹 초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자 기업들이 빠르게 채용을 확대했다”며 “이 시기의 과도한 인력 충원이 현재 감원의 원인으로, AI 붐과는 별개의 현상”이라고 짚었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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