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포틀랜드(미국), 서정환 기자] 출전기회는 없지만 인기는 최고다. 14억 중국농구의 희망 양한센(20, 포틀랜드)의 상황이었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 모다센터에서 개최된 2025-26 NBA 정규시즌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하 OKC)에게 121-119로 역전승을 거뒀다. 포틀랜드(5승3패)는 OKC(8승 1패)에게 시즌 첫 패를 선사했다.
팀 농구의 승리였다. 스타가 없는 포틀랜드는 이스라엘출신 에이스 데니 아브디야를 중심으로 5명의 선수 16점 이상씩 넣으면서 역전을 만들었다.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가 35점을 퍼부은 OKC를 4쿼터 접전 끝에 잡아냈다. 모다 센터에 모인 1만 6822명의 관중들이 열광했다.
[사진] 모다센터 입구부터 양한센의 사진이 걸려있다
포틀랜드 선수 중 심각한 얼굴도 웃지 못하는 한 명이 있었다. 포틀랜드가 2005년 드래프트 16위로 야심차게 뽑은 중국센터 양한센(20, 포틀랜드)이다. 지난 시즌 경기당 16.6점, 10.5리바운드, 3어시스트, 2.6블록슛으로 중국리그를 초토화했다. 하지만 세계최고리그 NBA와 격차는 아직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다.
결국 이날 양한센은 1초도 뛰지 못했다. 연습 때는 똑같이 몸을 풀었고 기량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216cm 장신이면서 플로터, 3점슛도 장착한 ‘중국산 요키치’가 맞았다. 하지만 그가 현실적으로 당장 세계최고리그 NBA에서 뛰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부족하다.
일단 동료들이 너무 괴물이라 뛸 자리가 없다. 2년차 센터 도노반 클링언은 218cm의 신장에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교체로 나선 백업센터 듀옵 리스는 신장이 206cm로 작지만 3점슛 5개를 쏴서 4개를 넣었다. 양한센이 이들보다 나은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사진] 양한센의 기량은 좋지만 동료들이 너무 괴물이다
OSEN은 양한센과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NBA와 사전협의가 돼 있었다. 이후 천시 빌럽스 감독이 불법도박 혐의로 체포되면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팀의 사정이 급변했다. 갑자기 수장을 잃은 포틀랜드는 양한센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오는 상황이다.
NBA에서 “양한센이 언제든 G리그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럴경우 인터뷰는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포틀랜드에 양한센을 전담으로 취재하는 중국기자들이 많이 보였지만 양한센과 인터뷰는 선수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포틀랜드 지역언론에서 “포틀랜드가 세드릭 코워드를 11위로 뽑아서 멤피스로 트레이드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워드는 양한센과 같은 신인이지만 한 경기 27점을 찍는 등 평균 15점, 5.8리바운드, 2.8어시스트, 1.0스틸, 0.3블록슛으로 신인왕급 대활약을 하고 있다. 이런 선수를 보내고 양한센을 뽑은 포틀랜드는 미궁에 빠졌다.
[사진] 포틀랜드 최고 인기상품 양한센
[사진] 양한센 관련 굿즈가 가장 많다
현장에서 취재해보니 14억 중국을 대표하는 양한센의 상품성만큼은 대단했다. 포틀랜드에 어느 때보다 중국인 팬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팀스토어에 가보니 양한센 관련 굿즈가 슈퍼스타 데미안 릴라드보다도 많았다. 양한센의 중국어 이름을 새긴 한문저지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양한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렸다.
포틀랜드는 양한센 영입으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얻었다. 하지만 포틀랜드도 그를 단순히 ‘티셔츠 팔이용’으로 영입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양한센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포틀랜드는 소중한 1라운드 픽을 그냥 버린 셈이 된다. 스카우트들은 징계감이다. 양한센은 당분간 포틀랜드산하 G리그팀 립시티 리믹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사진] 하승진 이후 NBA 선수가 없는 한국에서 감히 누가 양한센의 도전을 폄하할 수 있을까
포틀랜드는 지난 2004년 한국인 선수 최초의 NBA리거 하승진이 데뷔한 역사적인 팀이다. 하승진과 양한센은 동양출신 장신센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한국인 NBA 선수는 20년 넘도록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야오밍의 성공 후 계속해서 NBA에 도전했고 이젠롄, 저우치, 왕저린, 양한센이라는 후배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왕준제(20, 샌프란시스코대) 등 NCAA에서 뛰는 중국선수들도 수없이 많다. 중국의 도전정신만큼은 큰 칭찬을 받아야 한다. 양한센은 NBA 선수 한 명 없는 한국에서 조롱할 만한 선수는 절대 아니다. 세계최고 무대에 속해 있다는 것만해도 그는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한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