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지구촌 정상의 식탁에는 무엇이 올랐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맞춤 주문으로 탄생한 치즈버거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맛본 해물파전까지, APEC 기간 주요 정상이 먹고 마신 것을 따라가 봤다. 그림의 떡이 아니라, 지금 경주에 가면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소스·베이컨 뺀 트럼프 치즈버거
“소스, 베이컨 빼고, 케첩은 많이!”
이번 APEC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음식은 햄버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리더스 만찬에 앞서, 힐튼 경주 호텔의 주방에 햄버거를 요청했다. 마침 로비 라운지 메뉴에 ‘베이컨 치즈버거’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취향은 아니었다. 버거 소스와 베이컨은 아예 빼고, 채소는 따로 담고, 감자튀김용 케첩은 넉넉히 담은 ‘트럼프 버거’가 탄생한 배경이다.
힐튼 경주 이용승 부총주방장은 “재료를 덜어냈지만, 본연의 맛에 가장 충실한 버거”라며 “만찬용 스테이크와 패티 모두 굽기는 핏기없이 바싹 익힌 ‘웰던’을 선호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버거 문의가 폭증하자, 힐튼 경주는 ‘트럼프 치즈버거 세트’를 정식 메뉴로 내놨다. 감자튀김과 하인즈 케첩 3개, 콜라를 포함해 3만5000원을 받는다.
미국 대통령 버거가 화제가 된 게 처음은 아니다. 웨스틴 조선 부산에는 ‘프레지던트 버거(3만30000원)’가 있다. 2005년 부산 APEC 기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해 맞춤 개발했던 메뉴로, 지금도 인기 메뉴로 통한다.
시진핑 주석이 경주 코오롱호텔에 묵으며 맛본 갈비구이(4만원)와 해물파전(5만원)도 15일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 예사 갈비와 파전은 아니다. 갈비는 경주 특산 ‘천년한우’ 중에서도 미경산(출산 경험 없는 암소)만 쓴다. 경주 코오롱호텔 조소앙 셰프는 “설탕 금지 요청이 있어, 1978년 호텔 개관 때부터 이어온 특제 소스에 갈비를 재워 맛을 냈다”고 말했다.
해물파전은 APEC을 앞두고 개발한 신메뉴다. 전복·관자·대하·낙지가 아낌없이 올라간다. 2단계의 숙성 과정을 거친 반죽을 사용하는데 이른바 ‘겉바속촉’한 식감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