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을 받았다.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변별력 있는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작년 수능보다 높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자연계 수험생들의 사회탐구 과목 응시(‘사탐런’)가 역대 최고 규모인 이번 대입에선 탐구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날 교사들과 입시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날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난도가 높은 까다로운 문항들이 일부 출제됐다. EBS 현장교사단의 한병훈(충남 덕산고) 교사는 “올해 수능 국어는 (공통과목인) ‘독서’의 난도가 오르고, 문학과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져 전체적으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까다로웠을 문항으로는 과학 분야의 열팽창 개념을 다룬 12번 문항이 꼽혔다. 선형 열팽창계수와 최대 이동거리 등 개념 사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선지에서 질문했다.
수학도 변별력 높은 고난도 문제들이 출제됐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인천 하늘고) 교사는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상위권 변별력은 강화됐다”며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편이다. 지난해보다 1등급컷이 1~4점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까다로운 문항은 공통수학 21번과 22번으로, 각각 함수의 극한,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의 관계 등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이다.
영어도 비슷한 평을 받았다. EBS 영어 강사인 김예령(대원외고) 교사는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은 배제하면서도 선택지의 오답 매력도를 전반적으로 높여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를 보면 수학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국어는 1등급 커트라인이 약 5점 하락하고, 영어도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도 “다소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수험생 박모(18)양은 “국어는 전체적으로 시간이 빠듯했고, 수학은 쉬운 편이라고 느꼈으나 중간에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영어는 많이 어려워 시험을 마친 뒤 교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수생 박모(19)씨는 “국어는 방심하면 틀릴 수 있는 함정이 많았고, 수학도 4점 문항은 ‘준킬러급’ 수준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한편 사탐런의 규모가 역대 최고인 올해 수능에선 탐구 영역이 당락을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올해 사탐·과탐 영역 지원자 중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택한 학생은 77.3%로 전년보다 15.2%포인트 늘었다. 과학탐구 지원자에겐 수시 수능 최저기준 충족은 물론 정시 합격선 예측도 어려울 수 있다. 사탐 지원자 입장에선 1·2등급 인원이 늘면서 수능 최저 충족 숫자가 증가하고 동점자가 속출할 수 있다. 학원가에선 탐구과목의 난이도와 수험생 성적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김창원(경인교대 교수) 수능 출제위원장은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