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하는 순간 …. 의문이 풀렸다고나 할까.
화분들 사이로 빈 술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용도실에는 소주가 두 박스나 있었다.
‘그럼 그렇지, 또 술이군.’
김새별 작가가 죽음의 현장마다 지겹도록 목격하는 건 술병이다. 고인들이 죽기 전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는 늘 술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겠다며 아예 삶에서 도망치는 이들. 술에 의지한 채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들.
그런데 이번 고독사 주인공의 삶은 좀 달랐다. 현관의 화분부터 반전의 반전이었다.
방엔 ‘4대강 종주 인증서’ ‘국토 종주 인증서’ 등 각종 인증서로 가득했다. 자전거로 전국을 누빈 건강한 삶이었다. 술을 좋아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이 왜…’
고독사에 의문이 들던 그때, 40대 여성 두 명이 찾아왔다. 고인의 딸들이었다. 그들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났다. “고된 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이라도 챙겨 드세요.” 김 작가와 직원의 손에 각각 5만원씩 쥐여줬다. 여유로운 친절함이 익숙해 보였다. 8평 원룸에서 숨진 고인의 자식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가족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참고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6년 전 부모님이 이혼한 후로 아버지는 여기서 쭉 혼자 사셨어요.”
가만히 작업을 지켜보던 딸들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주변 평판도 좋고 명망도 높았다고 한다. 돈도 잘 벌었고 자식들은 넉넉한 성장기를 보냈다. 성인이 되며 언니가 먼저 시집갔고, 뒤이어 동생도 결혼했다.
그런데….
그 가족엔 ‘비밀’이 있었다.
딸들을 시집 보낸 뒤 어머니는 이혼을 선언한 것이다. 마치 기다린 것처럼 딸들도 응원했다고 한다.
‘가장’은 버려졌다.
그리고 그는 6년 만에 홀로 죽었다.
자매는 고백했다.
평판 좋은 아버지의 진짜 모습, 밖에선 아무도 몰랐던 이중생활을.
그들이 겪은 지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