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美해참총장 "韓원잠, 中 억제 쓰일 수도…큰 힘엔 큰 책임 따라"

중앙일보

2025.11.15 21:56 2025.11.15 23: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추진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다. 사진 국방부 기자단
미군 고위 당국자가 한국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이 대중 견제에 쓰일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4성 장군)은 지난 14일 “(한국이 도입할)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counter)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natural expectation)”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방한한 그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공개된 직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한 언론 간담회에서 “한국도 중국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커들 총장은 “원잠은 특히 장기간 수중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전략적 가치를 만든다”며 “이런 능력을 갖추는 일은 한국에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 대사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언젠가는 원잠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되고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한 이상 한반도 주변 뿐 아니라 원양에서도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중국 관련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한국이 자국의 주권 자산인 함정을 자국의 국익에 따라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그 부분에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원잠을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하고 그 환경에서 미국이 함께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도 했다.

커들 총장은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회색지대(gray zone)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비정상적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지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양국 간) 이런 활동에 대해 강력한 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접근법이 맞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 조선소에서 미 군함을 건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미국에는 존스법이 있고, 관련 입법과 규제, 그리고 의회의 관심이 뒤따르기 때문에 세부 사항들을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존스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전제로 삼았던 상황들이 지금도 유효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길(대장) 해군참모총장과 대릴 커들(Daryl L. Caudle, 대장)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1월 14일 서울에서 만나 양국 해군 군사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해군
그는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등 상황에서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일정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대만 해협 유사시는) ‘전력 총동원(all hands on deck)’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할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면서도 “분쟁 상황에서는 제3자가 기회주의적으로 움직일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며 “억제(deterrence),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경우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대응 범위를 대중 견제로 확대할 수 있단 취지도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도 지난 4일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위협에 대비하고 있으며, 한·미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여기에도 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 등 관계자들과 최신예 이지스함 2번함인 '다산정약용함'에 직접 승선해 함정 내부를 살펴본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HD현대
한편 커들 총장은 북한의 해군 증강과 관련해 “북한의 역내 위협은 한국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상”이라며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을 바탕으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 전략핵잠수함(2023년 USS 켄터키함)의 한국 기항 등 확장억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 일본, 괌으로 이어지는 순방의 첫 방문지로 지난 13일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 8월 25일 제34대 미 해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뒤 첫 해외 순방이다. 지난 13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을 예방했고 14일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을 잇따라 만났다. 15일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았다.

대럴 커들(Daryl Caudle) 제독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4성 장군)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도입할)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counter)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natural expectation)”이라고 말했다. 사진 미 해군
대럴 커들 제독은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 출신으로,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의 장교후보학교(Officer Candidate School)를 수료한 뒤 임관했다. 미 함대사령부 사령관, 미 해군 전략사령부 사령관, 대서양함대 잠수함전력사령관, 미 태평양함대 잠수함전력사령관, 제6함대 부사령관, 미 해군 유럽·아프리카 사령부 작전참모, 합동기능구성사령부–글로벌타격 부사령관, 파키스탄 미 국방대표부 안보협력 부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제퍼슨 시티(SSN-759)와 토페카(SSN-754) 함장을 거치는 등 잠수함 관련 이력이 돋보인다. 지난 8월 25일 제34대 미 해군참모총장으로 취임했다. 국방부 최고공로훈장, 해군 최고공로훈장, 국방부 우수공로훈장(4회), 공로훈장(4회), 근무공로훈장(3회), 해군·해병대 표창훈장(5회), 해군·해병대 영예훈장(4회) 등을 받았다.



심석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