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타워 붕괴로 작업자 7명이 매몰돼 숨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이하 발전소) 사고 원인 규명이 본격화된다. 수사ㆍ노동당국의 관계자 소환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16일 울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이 이번 주중 진행된다. 감식엔 경찰과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지난 6일 해체 작업이 이뤄지던 중 발전소 타워 5호기가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작업자 9명 가운데 7명이 무너진 잔해 속에 매몰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꾸려져 지난 14일까지 구조작업이 이어졌지만 7명 모두 숨졌다.
감식에선 취약화(해체 전 구조물 기둥 등을 잘라내 약화하는 작업)의 순서와 구조물 절단 정도 등 타워 5호기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색ㆍ구조작업이 완료된 만큼 관계자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발주처와 원ㆍ하청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다. 발전소 타워 4~6호기는 1981년 준공돼 2021년 가동이 중단된 구조물로, 해체 공사를 발주한 건 한국동서발전이다. 지난해 1월 HJ중공업이 575억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고, 하도급 업체인 코리아카코가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해체 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타워 5호기 해체 공정의 안전관리 부실 여부를 포함해 작업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가 이행됐는지, 행정 절차를 준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원ㆍ하청을 포함해 이미 10명 넘는 인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 중점 검찰청인 울산검찰청에도 검사와 수사관 등 10명 규모 전담팀이 꾸려졌다. 부산고용노동청 또한 별도의 사고조사팀을 구성하고 원ㆍ하청 업체 산업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13일 사고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HJ중공업 김완석 대표 또한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게 된 유가족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고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부실하지 않았는지, 공사 기간 단축에 쫓겨 무리한 작업이 강행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며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는 지위나 직책을 가리지 않고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 부처는 전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라“며 ”겨울철 위험 작업장에 대한 안전 점검 역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진행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중수본 공동본부장을 맡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발주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ㆍ논의되고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아주 큰 인프라 교체사업들이 예상되는 만큼 발주처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도 제도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