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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미국 얄미운데…캐나다 풋볼 팬들 '美규정 도입' 반발

연합뉴스

2025.11.1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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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길이 줄이고 골대 옮기기로…反트럼프 정서 속 "정체성 무시" 비판
안그래도 미국 얄미운데…캐나다 풋볼 팬들 '美규정 도입' 반발
필드 길이 줄이고 골대 옮기기로…反트럼프 정서 속 "정체성 무시" 비판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캐나다풋볼리그(CFL)가 일부 경기 규정을 미국식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현지에서 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CFL은 2026년과 2027년 시즌에 적용할 규칙 변경안을 지난 9월 발표했다.
여기에는 필드 길이를 줄이고 골대를 엔드존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원래 캐나다의 풋볼 경기장은 더 길고, 골대는 엔드존 앞쪽에 두는데 이를 미국프로풋볼(NFL)처럼 바꾼다는 게 골자다.
캐나다 풋볼 팬들은 CFL의 결정에 크게 분노했다. 캐나다 풋볼의 고유한 특성을 버리고 미국식을 따르는 것은 전통에 대한 배반이라는 문제 제기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깎아내리고 고율 관세를 부과해 대미 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CFL이 캐나다인들의 정서와 자존심을 헤아리지 않고 경솔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CFL의 규정 변경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패트릭 랜드는 "이 리그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팬·선수들과의 협의 없이 규정 변경이 이뤄진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의 정치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CFL은 시기를 잘못 택했고, 캐나다인의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무시하는 죄를 저질렀다"며 "우리는 우리의 경기를 미국화하는 계획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FL은 새로운 팬들을 유치하기 위해 규정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CFL은 대도시에서도 관중이 적고, TV 중계권 수익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CFL 커미셔너 스튜어트 존스턴은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캐나다 풋볼에 변함 없이 전념하고 있다"며 선수를 팀당 12명으로 두고 경기장 폭을 65야드로 유지하는 등 기존대로 지켜지는 요소도 많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풋볼에선 한 팀당 선수 11명이 뛰고 경기장 폭은 53.3야드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CFL의 일반 팬의 절반, 열성 팬의 4분의 3이 이번 규정 변경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앵거스 리드는 "CFL이 이번 '도박'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면서도 기존 팬들을 소외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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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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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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