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16일 예고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집회는 지난 11일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 궐기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환자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진료실을 떠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설 수밖에 없게 만든 자는 입법폭주 중인 국회와 정책폭주를 일삼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 세 가지 악법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는 처참한 결과물"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마지막 외침마저 외면한다면 전국의사 대표자들은 14만 전체 의사 회원의 울분을 모아 전면적이고 강력한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악법으로 규정한 제도는 ▶병원 몫과 검사센터 몫을 나누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약 이름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성분명 처방 ▶의사 등으로 제한된 엑스레이 사용 권한을 한의사까지 확대하는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 등 세 가지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 같은 입법 시도가 다른 직역의 질투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정섭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법안을 만드는 의원들의 의사에 대한 질투심입니까. 공부 잘해서 의사가 됐다는 것이 무슨 죄입니까"라며 "의사들을 질투하는 약사, 한의사, 사회복지사, 임상경험 없는 사회주의 의사 의원들은 어찌 경쟁적으로 의협을 옥죄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검체검사 제도개악 필수의료 무너진다", "환자안전 위협하는 성분명처방 규탄한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김 회장 등 대표자들은 앞면에는 '의료악법 저지', 뒷면에는 '국민건강 수호'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착용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결의문에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의료 악법 시행을 강행한다면 국회와 정부가 의료계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린 것으로 규정하겠다"라며 "의협 회원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거침없는 총력 투쟁을 펼쳐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제2의 의료 사태"(지난 11일 김 회장)라며 연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과도한 할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검체검사 보상 체계 개편을 추진하자 위탁 비중이 높아 수입 감소가 우려되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공의 수백 명이 모인 단체 SNS방에서는 최근 "배운 대로 뒷짐 지고 쳐다볼 예정", "종합병원은 개원가가 문 닫는다면 환영할 입장" 등과 같은 비판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전공의 A씨는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때는 '파업에 동참해달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던 개원의들이 자기들의 이익이 걸리니 파업 불사를 외친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소통하며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