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화와 비교해 최근 원화 약세 현상이 특히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본 이탈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관세 정책과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연평균 달러 대비 원화 값(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15.28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8년(1394.97원)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달에는 원화가 주요 통화에 비해서도 특히 약세였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38% 떨어졌다. 확장 재정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에 약세를 보인 엔화(-0.36%)보다도 훨씬 크게 하락했다. 이 기간 유럽연합의 유로(0.72%), 영국의 파운드(0.15%), 중국 역외 위안(0.32%), 대만달러(0.21%) 등은 오히려 달러 대비 강세였다. 같은 날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9월 16일 대비 이달 11일 달러인덱스는 약 3.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값은 그 두 배 수준인 6.1% 떨어졌다고 짚었다.
최근 원화 약세의 주범으로는 해외 주식 투자가 먼저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36억3000만 달러(5조2834억원)로 하루 평균 2억6000만 달러(3784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일평균 순매수 기록(2억2000만 달러)을 넘어선 것인데, 현재 추세 대로면 한 달 전체 순매수(68억1300만 달러) 기록도 갈아 치울 수 있다. 해외 투자가 늘면 자본 이탈 규모도 커져 원화 가치도 하락한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지만,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원인이다. 여기에 기대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도 쉽사리 예단할 수 없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특히 7월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본 협상에 합의하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듯했으나, 대미 투자 방식이 10월 말에야 확정되면서 원화 약세를 지속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