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제일시장의 상인들이 정신적 고통 등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제일시장 현장을 16일 찾아가 보니 ‘깊은 애도와 함께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인 정모(61)씨는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만 60통이 넘게 왔다”라며 “(사고)그날 저녁부터 운전을 못 하겠고, 머리가 너무 아파 후유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괜찮냐’고 물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계속 되살아난다”고도 했다.
사고 당시 가까스로 몸을 피해 화를 면한 상인 박모(52)씨는 이날 오전 상인회 사무실에 임시로 마련된 경기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두 차례 방문했다. 박씨의 남편 김모(54)씨는 “아내가 사고 초기엔 괜찮았는데, 트라우마가 됐는지 그다음 날부터 울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사고 당일 마련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찾은 상인들은 이날 오전 기준 총 30명이라고 한다.
경기 부천시는 사고 발생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사고 피해자와 관련해선 이송된 의료시설에 전담 공무원을 보내 치료와 장례 절차를 돕기로 했다. 재해구호기금과 시민안전보험을 통해 피해 회복을 지원한다. 사고 목격자들을 위해선 상인회 사무실에 응급 의료소를 설치하고 재난심리지원 인력을 배치했다.
한편 사고 차량 운전자 김모(67)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구속심사 과정에서 “모야모야병으로 약물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가게 일로 바빠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뇌출혈·마비·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찰은 김씨가 페달을 잘못 조작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씨 트럭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서 김씨가 제동(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액셀(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장면을 확인하면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의뢰 및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하면서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수사한 뒤 김씨를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