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희곡 『좋으실 대로』에서 “거품 같은 명성(bubble reputation)”이라는 이미지를 꺼내 들었다. 손끝에서 터지는 비눗방울처럼 허망한 상태를 가리킨다. 훗날 금융시장은 실체 없는 자산 가격 급등을 ‘버블’이라 부르게 됐다.
올해 국내외 증시의 상승 기세가 워낙 좋다 보니 최근 주가 조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추가 상승을 위한 에너지 재충전 과정’이라는 견해부터 ‘증시가 버블로 향해 가고 있다’라거나 ‘이미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단기 주가 흐름이야 ‘미스터 마켓’(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변덕) 소관이고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지만 투자자들은 ‘강세장 추세가 여전히 살아 있느냐, 아니면 이제부터 서서히 대세 하락을 준비해야 하느냐’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2021년 이후 이어진 4년의 약세를 뒤로하고 올해 단 한 해의 강세를 누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이 흐름대로라면 2023년부터 3년 연속 상승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1980년대 이후 미 증시의 강세장 평균 기간은 약 6년이었다. 그러므로 주가가 몇 년 더 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강세장이라 해서 조정 없이 직선으로 상승한 적은 드물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2009~2020년의 장기 상승기에도 세 차례의 조정기가 있었고, 어쩌면 그런 조정들이 강세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단지 지금까지 주가가 많이 올라 비싸졌다는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의 진짜 동력이 무엇이고 그 엔진이 식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 주가 수준이 정말 비이성적이고 대중의 투자심리가 행복을 넘어 도취 상태는 아닌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증시는 무엇보다도 반도체 산업의 동력이 관건인데, 이번 반도체 경기는 2000년 이후 6번째 호황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붐 덕분에 2003년과 2016년의 사이클보다 훨씬 강하고 역동적이다.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이익과 마진율이 버텨준다면 지금의 주가를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 S&P500은 약 22.5배다. 즉, 두 시장의 주가는 각각 기업들의 예상 이익의 11배와 22.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상황이 거품이라면 AI 핵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머지않아 급랭하고 반도체 경기가 빠르게 식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증시는 너무 팽팽해진 공기를 빼는 과정은 있을지언정, 거품 붕괴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더욱이 지금 시장 전반의 심리는 주가 상승에 취해 있다기보다는 의심과 회의감이 상당히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