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역대급 불운이었다. 포수 역사상 최초로 60홈런을 치고도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의 벽에 막혀 MVP 수상이 불발된 칼 랄리(29·시애틀 매리너스)가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했다. 아쉽지만 저지의 수상을 인정했다.
‘MLB.com’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랄리의 말투에는 분명 실망감이 역력했다. 올-MLB 어워드 시상식 중 MLB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랄리는 아메리칸리그(AL) MVP 2위가 된 뒤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했는데 낙담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랄리는 “MVP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가 받았다”며 “저지는 훌륭한 선수이고, 정말 접전이었다”고 말했다.
사람인 이상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지난 14일 공개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AL MVP 투표 결과 승자는 저지였다. 1위표 17장, 2위표 13장을 받은 저지는 총점 355점으로 MVP를 거머쥐었다. 2022년,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3번째 MVP 수상. 랄리는 1위표 13장, 2위표 17장으로 총점 335점을 받았다. 만약 랄리가 1위표 2장을 받았더라면 공동 수상이 될 수도 있었다.
랄리는 올해 159경기 타율 2할4푼7리(596타수 147안타) 60홈런 125타점 출루율 .359 장타율 .589 OPS .948로 맹활약하며 AL 홈런, 타점 1위에 올랐다. 포수 역대 최초로 50홈런을 넘어 60홈런을 돌파했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수 포지션에서 기록한 60홈런이라 상징성이 대단했고, 시애틀을 24년 만에 A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어 팀 성적에서도 밀릴 게 없었지만 MVP는 저지에게 돌아갔다.
저지는 올해 152경기 타율 3할3푼1리(541타수 137안타) 53홈런 114타점 출루율 .457 장타율 .688 OPS 1.144로 맹타를 휘둘렀다. AL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1위를 휩쓸며 fWAR도 전체 1위(10.1)였다. 50홈런 이상 때린 타격왕은 1938년 보스턴 레드삭스 지미 폭스(타율 .349 50홈런), 1956년 양키스 미키 맨틀(타율 .353 52홈런)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저지가 가장 많은 홈런을 쳤다.
[사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지의 성적이 워낙 대단하긴 했지만 앞으로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는 60홈런 포수가 MVP를 받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는 여론도 컸다. ‘시애틀 타임즈’ 칼럼니스트 마이크 보렐은 “이런 시즌을 보낸 포수가 MVP를 못 받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애틀 타임즈 전직 기자인 스캇 핸슨은 “같은 성적으로 랄리가 양키스에서, 저지가 시애틀에서 뛰었다면 MVP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랄리가 압도적으로 이겼을 거라 장담한다. 시애틀이라도 그가 MVP여야 했다”며 랄리가 전국구 인기팀 소속이 아니라서 MVP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MVP 저지도 랄리를 존중했다. 저지는 “랄리가 어떤 선수인지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올스타전에서 내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의 리더십과 인간성이었다. 그는 내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리더가 돼 팀을 이끌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올스타에 뽑히고, 홈런 더비에서 우승한 것은 그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주변 동료들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듯 물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고 지난 7월 올스타전에서 만난 랄리의 팀 퍼스트 정신을 떠올렸다.
이어 저지는 “그는 오직 팀이 승리하고, 팀원들을 돕는 데 집중한다. 이것이 올해 랄리가 성공을 거둔 이유이고, 앞으로도 리그에서 계속 성공할 이유”라며 “솔직히 그에게 해줄 조언이 별로 없었다. 그는 이미 공수 양면에서, 투수들도 리드하며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앞으로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시애틀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랄리는 다르다. 그는 특별한 인물이고, 특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email protected]
[사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시애틀 칼 랄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