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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채무 증가와 지역화폐·기본소득 강국

중앙일보

2025.11.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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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대전총국장
충남 청양군 인구는 지난 10월 말 현재 2만9294명이다. 인구 감소로 비상이 걸린 청양군은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지원했다. 정부는 지난달 청양군 등 전국 7개 군을 이 사업 대상 지역으로 정했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2년간 모든 주민에게 매달 15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여기에 총 8900억원이 들 전망이다.

청양군에 필요한 돈은 총 1080억원이다. 이 중 40%(432억원)는 국비이고, 나머지 60%(648억원)는 청양군과 충남도가 분담하는 구조다. 청양군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건물 공사를 늦추고,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마른 수건까지 짜내는 모습이다.

김돈곤 충남 청양군수가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청양군은 이 사업에 1080억원이 필요하다. [사진 청양군]
그런데도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워낙 살림살이가 빠듯한 데다 충남도마저 “포퓰리즘”이라며 10%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청양군 등은 최근 국회를 찾아 국비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기본소득을 주게 돼 영광이지만, 지방비 부담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또 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은 “우리는 왜 안주느냐”며 불만이다. 이에 정부는 2028년부터 전국 인구 감소지역 89개 지자체에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의미가 더 퇴색될 듯하다. 현금을 준다고 인구가 증가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여기저기 지급하면 지역 간 차별화마저 사라진다. 결국 예산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현금 풀기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소비쿠폰으로 지난 몇 달간 13조원을 썼다. 또 내년부터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올해보다 1500억원 증가한 1조1500억원을 편성했다. 지방비 예산까지 포함하면 이 분야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정부가 최대 30%까지 지원하고, 지자체 현금성 복지 지출에 대한 페널티도 없앴다.

게다가 대규모 투자 사업, 재난 등에 한정해서 발행했던 지방채를 경기 침체 상황에도 필요시 활용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했다. 빚을 내서라도 돈을 주라는 말 같다. 이미 많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 전남 순천, 충북 제천 등은 민생지원금 명목으로 모든 주민에게 20~30만원씩 지급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현금 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D1)는 113조원 늘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10조원 정도 쓰겠다며 AI 3대 강국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한 개 기업의 AI 투자 금액에도 못 미친다. 결국 이대로 가면 지역화폐나 기본소득 강국이 될 것 같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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