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한국 U-22 대표팀이 중국 원정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맞았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15일 중국 청두 솽류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판다컵 2025 두 번째 경기에서 중국 U-22를 상대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0-2로 무너졌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흐름을 끌어올렸던 기세는 하루 만에 사라졌고, 상대의 뒤꿈치 슈팅까지 허용하는 굴욕적 장면이 그대로 기록에 남았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원정 악몽 정도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은 오랫동안 U-23 연령대에서 중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성적을 유지해왔다. 역대 전적 13승 3무 4패. 겉으로 보면 여전히 우위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모든 숫자를 무색하게 만든다. 2023년 6월, 올해 3월에 이어 이번 경기까지 최근 다섯 번의 맞대결에서 2승 3패. 한국이 주도하던 구도가 거꾸로 뒤집히는 조짐이 뚜렷하다.
중국은 이 승리를 마치 대회 우승이라도 한 듯 들떠 있다. 베트남에 0-1로 패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분위기는 단 하루 만에 뒤집혔다. 중국 축구의 자존심을 건 한국전 승리가 분위기 반등의 모든 재료를 만들어줬다.
중국 매체 소후는 한국을 꺾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띄웠다. “베트남전에서 무기력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한국을 상대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환호했고, “놀라울 만큼 극적인 반전, 가장 강력한 상대에게 2-0 완승”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감정은 고조돼 있었다.
경기력 분석도 중국이 먼저 꺼냈다. 소후는 “한국은 유효슈팅이 겨우 두 개였다”며 한국의 공격이 수비 라인에 단단히 막혔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골을 모두 책임진 바이헬라무에 대해 “10분 만에 한국을 침묵시킨 해결사”라고 치켜세웠다. 두 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중국 샤오자이 감독이 관중석에서 박수를 치는 장면도 함께 부각했다. 지난 3월 한국 선수들이 중국의 우승 트로피를 밟았던 사건까지 다시 소환하며 “통렬한 복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심지어 중국은 “올해 한국전 더블 달성”이라는 표현까지 꺼내들며 자축 분위기를 더했다. 베트남전 패배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전국체전 일정으로 선수들이 피로했을 뿐”이라며 급히 불을 끄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는 우즈베키스탄과의 마지막 경기를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명명하며 우승 가능성까지 띄우고 있다.
한국 내부가 더 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은 경기 후 이민성 감독의 발언이 중국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이 감독은 “중국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친선 성격의 대회이며 U-23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서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시나스포츠는 “중국에 1년 사이 두 번이나 지고도 친선 경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며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이 끌어올렸던 분위기는 단숨에 꺼졌고, 중국은 그 빈틈을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단 한 번의 패배가 아니라, 완패라는 사실이 더 뼈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