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투표 종료…'공산당 소속 vs 극우' 결선 가능성(종합)
8명 후보 중 과반 득표 가능성 낮아…강성보수 계열 연대 의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구 약 2천만명(유권자 1천570만명)의 칠레에서 임기 4년(중임제·연임 불가)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16일 오후 6시(현지시간) 종료됐다.
유권자들은 투표 개시 시간인 이날 오전 8시부터 각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올해 칠레 대선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군부 정권(1973∼1990년) 종식을 전후해 처음으로 유권자 명부 자동 등재에 따른 의무 투표제 하에 치러졌다. 기존 대선과 비교해 늘어난 유권자 규모는 약 500만명이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외국에서 유입된 불법 이민과 카르텔 범죄 증가 문제 해결을 위한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를 역설하는 보수·극우파 후보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중도좌파 집권당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51) 후보와 강성 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양강 후보로 거론됐다.
칠레공산당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도좌파 성향 여당 지지를 받는 이정표를 쓴 하라 후보는 가브리엘 보리치 현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2022∼2025년)을 지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 권리 강화, 국영 리튬회사 영향력 강화 등이 그의 주요 공약이다.
두차례 낙선에 이어 대권 3차 도전에 나선 카스트 후보는 피노체트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다. 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으며, 형은 피노체트 정권 장관이었다. 카스트는 불법(서류 미비) 이민자 대량 추방, 대규모 교도소 건설, 리튬 산업 민영화 등을 약속했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 불신과 기후 위기 부정 등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차용한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Make Chile Great Again)를 전면에 내세우며 카스트 후보를 되레 온건파처럼 보이게 한 극우 정치 유튜버 출신 요한네스 카이세르(49) 후보도 막판 급부상으로 눈길을 끈 인물이다.
최종 당선인은 다음 달 14일 결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칠레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결선 양자 대결을 펼친다. 여론조사에서는 5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가 없었다.
AF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현지 전문가 예측 등을 토대로 하라 후보와 카스트 후보가 나란히 1·2위로 결선에 진출하되 최종 표심은 우파 후보에 쏠릴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카스트 후보와 카이세르 후보는 이날 투표를 마치고 현지 취재진에 하라 후보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 연대 가능성을 각각 피력하면서 "국민 누구도 정권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칠레 유권자들은 이날 하원 의원 155명 전원과 상원 의원 50명 중 23명도 선출한다. 모두 보수 정당이 승리할 경우 피노체트 정권 이후 처음으로 우파가 입법·행정부를 장악하게 된다.
예비 개표 추이는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17일 오전 8시)를 전후해 나올 것으로 엘메르쿠리오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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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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