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최근 수년간 아프리카 패션의 글로벌 진출 비결은 의외로 서울 성수동이 많은 젊은층의 발길을 끌어들인 것과 닮았다.
바로 팝업스토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 최근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패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데에는 팝업스토어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한 나이지리아 패션 브랜드인 '다이 랩'의 경우 글로벌 충성 고객층이 두껍다.
서아프리카에서 많이 입는 로브 형태인 아그바다, 카프탄, 기모노, '따로 입는 옷' 등이 주제품이다.
다이랩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판매에 머물던 나이지리아 브랜드의 판로를 팝업스토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직접 사람들과 마주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의상 관련 팝업을 열었다.
패션 디자이너 루키 라도자는 이와 관련, "팝업이 우리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편"이라면서 "사람들이 와서 제품을 보고 좋아하면 사게 되고 온라인에서 이 브랜드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브랜드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패션 산업이 디지털 경험과 물리적 가게에 투자할 때 아프리카 디자이너들은 외국에 팝업 스토어를 세우며 기회를 찾고 있다.
온라인 판매만으로 아프리카 브랜드에 대한 기존의 회의적 시각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벽돌과 시멘트로 된 가게 형태의 패션 브랜드 지점을 내기에는 많은 규제가 걸림돌이다.
그러나 팝업스토어를 이용하면 훨씬 더 빨리 임시 형태 가게를 만들어 고객과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최재영 무신사 부사장의 한 언론 기고문에 따르면 팝업스토어의 핵심은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수준을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브랜딩 경험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3월 영국 BBC방송은 '럭셔리 아프리카 패션이 유럽의 패션쇼장 무대를 놀라게 한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 테베 마구구, 루카뇨 음딩기, 신디소 쿠말로 등 남아공 디자이너 3명이 권위 있는 LVMH 프라이즈 신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0년에는 팝스타 비욘세가 아프리카 내용 중심의 영화인 '블랙 이즈 킹'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브랜드를 서구 관객에게 선보였다.
패션잡지 보그도 갈수록 아프리카 패션을 많이 홍보하고 있다.
2022년 가나에서 여배우 미케일라 코엘과 함께 찍은 보그 커버 스토리는 바이럴(입소문)을 탔다.
유엔산하 문화기구인 유네스코는 2023년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차세대 패션 리더의 하나가 될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동대문 DDP에서 열린 서울아프리카 프리미엄 패션쇼에 온 나이지리아 브랜드 헤르툰바의 디자이너 플로렌티나 아구도 그런 리더 중 한 명이다.
당시 그와 함께 인터뷰에 나선 디자이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패션브랜드 마코사의 라두마 응쏘콜로다.
둘 다 장인 정신이 투철하면서 패션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옷을 한땀 한땀 수공예 정신으로 만들고 의류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의 패션 브랜드가 자생적으로 자라는 이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헌 옷 시장인 아프리카가 있다.
유럽, 북미 등 선진국에서 기부된 의류 중 상당수가 판매되지 못한 채 아프리카 시장에 버려지면서 섬유 폐기물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대량생산으로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 '패스트 패션'에 맞선 장인 정신의 '슬로 패션'에 기반한 아프리카 패션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로 글로벌 영역을 더욱 확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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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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