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셔틀콕 여제' 안세영(23, 삼성생명)보다도 빠르다. 서승재-김원호(28·26, 이상 삼성생명) 조가 2025년에만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남자 배드민턴 새 역사를 썼다.
세계 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조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구마모토현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구마모토 마스터즈(슈퍼 500) 남자 복식 결승에서 미도리카와 히로키-야마시타 교헤이(일본·세계 29위) 조를 게임스코어 2-1(20-22 21-11 21-16)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둘은 이번 시즌 16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10개·은메달 2개·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2018년 BWF의 현행 월드투어 체제가 시작된 뒤로 1년에 복식 10승을 달성한 듀오는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총 조(2022년)뿐이었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서승재-김원호 조는 안세영보다도 먼저 시즌 10관왕에 올랐다. 안세영은 올해 치른 13개 대회 중 9개 대회를 우승하며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지만, 이번 대회엔 불참했다. 그는 체력을 회복한 뒤 17일 막을 올리는 호주 오픈(슈퍼 500)에 참가해 10번째 우승을 겨냥한다.
[사진]OSEN DB.
기분 좋은 역전승이었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준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면서 무실세트 우승에 도전했지만, 역시 결승은 쉽지 않았다. 두 선수는 시소 게임 끝에 16-16에서 연속 4실점하며 먼저 게임 포인트를 허용했다. 이후 내리 4점을 따내며 20-20 듀스까진 만들었으나 결국 20-22으로 첫 게임을 내줬다.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2게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초반부터 5연 득점을 올리며 치고 나갔고, 8-1까지 달아났다. 이후로도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이 21-11로 2게임을 따내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3게임. 서승재-김원호 조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흐름을 내주지 않았고, 8-6에서 연속 6득점에 성공하며 격차를 벌렸다.
일본 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7-12에서 내리 4점을 몰아치며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19-16에서 두 차례 공격에 성공하며 10번째 우승을 확정 지었다. 둘은 다시 한번 박주봉 감독과 함께 활짝 웃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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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승재-김원호 조다. 둘은 복식 조를 결성하자마자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이용대-유연성 등 전설들의 기록마저 뛰어넘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하고 있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혼합복식으로 많은 성과를 낸 선수들이다. 둘은 각각 채유정, 정나은과 짝을 이뤄 지난해 파리 올림픽 준결승에서 맞붙기도 했다. 김원호-정나은 조가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서승재는 올해부터 남자 복식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지난 1월 7년 만에 다시 김원호와 한 조를 결성했다.
이후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 최강 자리에 올랐다. 둘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 중국의 천보양-리우이 조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뒤 승승장구 중이다. 2월 독일 오픈(슈퍼 300)과 3월 전영 오픈(슈퍼 1000)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고, 6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7월 일본 오픈(슈퍼 750)도 제패했다.
두 선수의 호흡은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다시 만난 천보양-리우이 조를 완파하고 최강자 자리를 굳혔다. 이후 열린 9월 중국 마스터즈(슈퍼 750)와 코리아 오픈(슈퍼 500), 10월 프랑스 오픈(슈퍼750)에 이어 이번 일본 오픈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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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4경기에서 67승 7패, 승률 90.54%를 자랑 중인 서승재와 김원호. 둘의 다음 목표는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이다.
월드 투어 파이널스는 올해 국제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8명(팀)이 격돌하는 '왕중왕전' 대회다. 만약 서승재-김원호 조가 여기서도 트로피를 손에 넣는다면 단일 시즌 최다승 부문에서 과거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세운 11승을 따라잡을 수 있다.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배드민턴 역사에 도전하고 있는 서승재-김원호 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