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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美 생산 전기차서 중국산 부품 전면 배제 추진

중앙일보

2025.11.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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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방침을 주요 공급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과 고율 관세 여파로 ‘탈중국’ 흐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테슬라가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올해 초부터 “미국 생산 차량에는 중국 기반 공급업체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협력사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일부 핵심 부품은 이미 중국 외 생산품으로 대체됐으며, 나머지도 향후 1~2년 안에 모두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테슬라의 이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팬데믹 당시 중국 봉쇄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겪은 이후 꾸준히 검토돼 왔다. 당시 테슬라는 중국 업체들에 멕시코·동남아 등지에 제2 생산 거점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산 배제’ 전략이 한층 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관세 변동성이 커지며 차량 가격 전략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점도 테슬라의 결정을 재촉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격화된 미·중 갈등은 공급망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올해 희토류·자석 등 주요 원재료의 수출 제한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 제품에 대해 중국발 수출을 차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받았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패키징·후공정이 중국에서 이뤄져 사실상 중국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구조다.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 인근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려는 배경에는 배터리 이슈도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중국 CATL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 왔다. 테슬라도 지난해까지 미국 판매 차량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EV 세액공제 대상 제외와 고율 관세 부담 때문에 올해부터 미국 내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네바다주에 자체 LFP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2026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바브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외 공급망 확보와 미국 내 LFP 생산을 병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의 탈중국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이 정치 리스크를 기준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용 제품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거하거나 생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려 하고, 중국 기술 기업들은 반대로 미국산 기술·부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테슬라의 최대 시장이며 미국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은 모두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중국 상하이 공장이 400여 개 현지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아시아·유럽 등 해외 시장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미국으로는 출하하지 않는다. 그동안 글로벌 테슬라 공급망은 중국 기반 부품 비중이 높았고, 상하이 공장 협력사 중 60여 곳은 미국·유럽 공장에도 부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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