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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외곽? 이걸 봐라"…주한미군사령관 꺼낸 '거꾸로 지도'

중앙일보

2025.11.16 19:01 2025.11.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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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이 위인 지도는 한반도를 가운데 놓고, 남북을 180도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말한다. 주한미군은 올해 초부터 브런스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내부 교육용으로 이 지도를 사용해왔다. 사진 주한미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4성 장군)이 17일 “한국은 러시아 북부함대, 중국 북부전구, 북한군 모두에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한반도의 비용 부과(capability to impose cost) 능력을 강조하면서다. 이처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전략적 이점을 부각한 것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에서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여러 경쟁축(multiple axes of competition)에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독특한 이점으로 이어진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이날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 :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 공개’란 제목으로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올린 걸 계기로 이뤄졌다. 지도는 한반도를 가운데 놓고, 남북을 거꾸로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말한다. 주한미군은 올해 초부터 브런슨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내부 교육용으로 이 지도를 사용해왔다. 대만과 필리핀이 지도의 오른쪽 위에 자리 잡아 동쪽이 위인 지도라 불렸다.

지도에는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부터 평양·베이징·모스크바 뿐 아니라 마닐라, 타이페이까지의 거리를 마일과 ㎞ 단위로 각각 표기했다. 이에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무력 분쟁 발생시 주한미군 투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도 해당 지도를 언급했다.

내부 교육용으로 쓰던 지도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면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한국민과 소통에 나선 건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성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것일 수 있다.

특히 그가 언급한 ‘비용 부과’는 자국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타국에게 불리한 경쟁을 강요해 비용을 부과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와 관련,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우리 동맹은 전략적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으면서도 현존 전력과 대비 태세를 유지해 주변국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라며 “여기서 강화되는 억제 조치는 역내 안정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이 작전을 펼치는 상황을 가정할 때 작전 반경 안에 들어 있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에 더 큰 군사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어느 방향에서든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는 게 한반도의 첫 번째 방어선을 견고히 하는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월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 주한미군사령부
브런슨 사령관은 또 “한반도는 오랫동안 전방에 위치한 외곽 거점처럼 인식됐지만 (동쪽이 위인 지도로) 관점을 바꾸면 전략적 중심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쪽이 위인 지도 관점에서 한·일·필리핀은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인다”며 “이 구도는 한반도에서 시작되는 동맹의 기본 임무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포함해 다양한 위협이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며 “(east up 관점은) 한반도의 근접성을 위험이 아닌 기회로 해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도 지난 8월 ‘중앙일보-CSIS 포럼 2025’에서 “한·미·일 3자 협력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동쪽이 위인 지도가) 알려준다”고 말했다.

북한은 동쪽이 위인 지도에 대해 반발한 적이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지난 7월 〈거꾸로 된 지도는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전하는 방식으로 “미군이 이용하는 새 지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보다 공세적으로 진화되었음을 알리는 산 증거”라며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 등 미국의 추종세력들이 우리 공화국과 중국을 포위하는 구도로 설정”됐음을 입증한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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